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감축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9일 “일감 부족 현상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회사 생존을 위해 과장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지난달 실시한 임원 25% 감축에 이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등 조선관련 5개사에서 함께 실시한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최대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주에 이 같은 계획을 노동조합에 설명했으며, 일감부족 문제 해소, 인력운영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과 수주절벽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현대중공업은 전체 부서 391개의 22%인 86개 부서를 통 폐합하는 조직 개편도 마무리 지었다. 또 향후 직책자 보임 기준을 강화하여 장기 직책자에 대한 세대교체도 단계적으로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도크별 효율성 검토에도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하여 선박건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 이 밖에 사외(社外)에 보유하고 있는 상가,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5월 1일부로 휴일연장근로를 폐지하고, 평일 고정연장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연월차 사용 촉진 등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선관련 회사 전 임원이 포항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안전의식 고취와 위기극복을 다지는 고강도 훈련을 받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8일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을 방문해 권오갑 사장에게 자구책 마련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정부와 채권단 주도로 추진 중인 구조조정에 회사의 건전성이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사업구조 다각화로 조선․해양 비중이 50% 미만인 점, 조선업종 불황에 따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고, 각종 재무수치들도 동종업계와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나 채권은행에서도 이러한 객관적 기준을 근거로 정확하게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