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란특수의 전제조건 - 구성헌 사회경제부 기자

입력 2016-05-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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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다소 침체에 빠져 있던 국내 건설업계도 오랜만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실제로 한·이란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59건의 경제분야를 비롯한 66건의 조약 및 양해각서(MOU)를 통해 경제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란의 대형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 MOU가 체결된 프로젝트만 42조원(371억 달러) 규모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52조원(456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실제 성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MOU만으로는 어떠한 강제력도 없다.

일부 가계약 프로젝트가 있지만 이 역시 완전한 수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상적으로 계약 체결까지는 정부보증, 금융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자원외교로 크게 홍보했던 당시 UAE에서 맺은 MOU 96건 중 본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국내 건설업계는 이란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건설사들이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SOC 프로젝트를 독점하고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유럽, 일본 기업들이 고수익 프로젝트를 싹쓸이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금융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도 지원 사격에 들어갔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수주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약 250억 달러의 대규모 금융 패키지를 마련해 지원에 나섰다.

그럼에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지원 규모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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