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이해인 수녀 “행복이라는 건 내가 먼저 노력을 해야 해요”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림동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강연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림동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민들레 영토에서 꽃피운 사랑과 기도의 삶, 40년’ 강연회를 열었다.

‘민들레 영토’는 이 수녀가 1976년 종신 서원을 기념해 펴낸 시집으로, 현재까지 판매량만 38만 권이 넘는다.

이 수녀는 지난 2008년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다. 이 날 흰 수녀복을 차려입고 강단에 오른 그는 통풍에 대상포진까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제가 젊었을 때 쓴 시를 보고 투병하고 나니까 시가 깊어졌다는 평가를 한다”며 “그런데 아프고 나니 고통이 축복이란 말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라고 투병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는 깊어지고, 사랑은 애틋해지고, 기도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민들레의 영토’가 출간됐던 1976년부터 현재까지 4단계로 구분했다. 특히 시집이 발표되고 큰 인기를 끌었던 1976년부터 1986년까지의 기간은 예상외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1976년 가톨릭신문사에서 ‘민들레의 영토’를 1500부 찍었는데 유명세를 치르기에는 수도자로서 쉽지 않았다는 것.

이 수녀는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법정스님과의 인연과 함께 풀어놨다.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셨을 때 제 우는 얼굴이 몇몇 신문 1면에 나왔더라고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이해인 수녀) 또 나왔다’고 그랬겠죠. (웃음) 그런데 법정 스님도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스님은 TV도 나오시면서 저만 속물 취급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웃음)”

이 수녀와 법정스님의 인연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 수녀가 ‘민들레의 영토’ 시집을 법정스님한테 보내고, 법정스님이 이 수녀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수십 년간 인연을 쌓았다. 이날 강연회에는 최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혜민스님도 함께 했다.

그는 ‘민들레의 영토’는 수녀원에서 체조를 하다 돌 틈에 핀 민들레를 보고 쓴 시집이라고 했다. 이 수녀는 나이가 들면서 수수한 민들레보다는 장미, 튤립처럼 강렬한 꽃들을 좋아하게 된다며 다음과 같은 말로 강연회를 마무리했다.

“행복이라고 하는 건 내가 먼저 노력을 해야 해요. 저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앞질러서 하면 훨씬 좋은 일이 아닐까요. 행복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