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고객 정보를 대량으로 유출한 3개 카드사 재판에 핵심 증인이 출석해 “고객 데이터 암호화가 가능했다”고 증언했다. 카드사들이 고객정보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는 26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농협은행과 KB국민카드, 롯데카드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실제 고객 정보를 유출한 당사자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 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박 씨는 카드 3사의 도급계약에 따라 고객정보 관리 작업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개인정보 전문가인 박 씨가 정보를 유출했고, 회사의 안전성 보호 조치 등으로 막기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박 씨에게 암호화하지 않은 고객 정보를 그대로 넘긴 것도 업무상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 씨는 고객들에 대한 실 개인정보 자체가 작업에 필요했다고 밝히면서도 “고객 정보를 암호화하거나 변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마지막 정보유출 사건 관련 "농협과 협의를 거쳐 KCB에 저장돼있는 고객 정보를 서버로 내려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농협 측도 업무가 처음이라 원활하게 하지 못 했고, 나 역시 시간이 촉박해 임의로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외부로 개인정보를 빼낸 것은 잘못이지만 애초에 무단으로 내려 받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카드 3사는 2012년~2013년 신용카드 부정사용예방시스템(FDS) 용역 개발을 KCB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KCB 직원 박 씨는 3차례에 걸쳐 USB를 이용해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를 대출광고업자들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14년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카드사 고객 4,500여명이 국민카드와 KCB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인당 10만원 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