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에서도 ‘10년 가치투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근 3년간 300~400개 기업을 탐방하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10주년 고객 사은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국내 가치투자가 체질에 맞고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해 왔는데 해외는 아직 자체적으로 검증이 안된 상태”라며 “꾸준히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해외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국밸류운용의 출범 10년을 맞아 장기간 투자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마련됐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투자자 550여명이 참석해 이 부사장을 비롯한 운용역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채원 부사장이 1호 펀드로 2006년 4월 출시한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 1호(주식)’은 총 3만2953 계좌 중 약 70%에 달하는 2만2228 계좌가 5년 이상 장기 투자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펀드 설정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수익률이 156.22%를 기록했다”면서 “목표로 했던 금리 두 배 수준인 160%에 조금 미달했지만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펀드 수익률에 못지않게 설정 첫날 1038억원이었던 수탁고도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 부사장은 화장품·바이오·무인차·가상현실 등 유망 신성장 산업의 투자 여부에 대해 여전히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가 단기간 매력적이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세상 최고의 주식이라도 이미 비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만약 유망주가 실질적으로 성장을 했더라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첨단산업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누가 성공할지 알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통신주가 유행하며 20만원에 육박했던 KT 주가는 현재 3만원에 불과하고 2011년 60만원대에 거래됐던 OCI도 6만원까지 떨어졌다. SK텔레콤 역시 이익이 6배 늘었지만, 성장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50만원대 주가가 20만원대에 머문 ‘성장의 함정’ 사례로 언급됐다.
반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종목으로는 삼성전자, 유진테크, 동아타이어를 꼽았다. 특히 재생타이어와 튜브를 생산하는 동아타이어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로 8000원대 매수해 현재 2만8000원인데도 향후 성장성을 높이 사 종목을 보유 중인 사례로 소개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았다. -40% 수익률로 당시 코스피 수익률인 –60%보다 20%포인트나 높았지만 어쨌든 고객 자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09년과 2010년에는 코스피 지수보다 덜 수익을 냈지만 어쨌든 만족할만한 수익을 냈기 때문에 크게 게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10년간 고객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대박날 주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고 금리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해 도망치며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