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내건 삼성…지배구조 개편 ‘화두’

입력 2007-07-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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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 출자구도

이건희 회장 일가 에버랜드 지분 46.03%로 정점 위치

삼성생명 상장땐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지정확실시

이재용 전무 ‘경영권 승계’ 앞두고 지배구조 ‘딜레마’

‘창조경영’을 앞세워 10년 후를 내다본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삼성’에 지배구조 개편이란 ‘화두’가 던져졌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38년 설립한 ‘삼성상회’에서 출발, 지금은 초일류 글로벌 그룹으로 우뚝 섰지만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외부의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대외 신인도 향상을 내세우며 국내 그룹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대적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창업주의 3남 이건희(65) 회장에 이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39) 전무로의 경영권 ‘대권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권 안정을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승계 작업을 깔끔히 마무리지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58개사

재계 1위(공정거래위원회 올 4월 발표 ‘200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 총자산 기준) 삼성그룹은 58개(6월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를 두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TV 등 정보기술(IT) 분야 세계 5위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비롯 ▲전자-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코닝,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SDS ▲기계-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화학-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금융-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투신운용 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면서 삼성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들의 면면이다.

계열사들의 총자산만 129조1000억원(2006년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기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규모는 각각 150억4550억원, 순이익은 12조3560억원에 이르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도의 골격은 이건희 회장 일가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순환되는 출자구도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3.3%(이하 보통주 기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7.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46.9%,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25.6%를 소유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사업부문의 주력 답게 이외 상당수 계열사들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면서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다.

◆삼성전자, 23개 계열사 최대주주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13.3%) 외에도 올앳(30%)의 최대주주다. 가치네트도 계열사 중 최다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이하 지분율 20.4%)를 비롯, 삼성전기(23.7%), 삼성중공업(17.6%), 삼성테크윈(25.5%), 삼성SDS(21.3), 삼성네트웍스(23.1%), 삼성코닝(48.4%), 삼성라이온즈(27.5%), 삼성경제연구소(29.8%), 삼성광주전자(94.3%), 스테코(51%), 세메스(63.9%), 삼성전자서비스(83.3%), 삼성탈레스(50%),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45%), 세크론(50.6%), 리빙프라자(100%), 삼성전자로지텍(100%), 에스엘시디(50%), 삼성코닝정밀유리(42.6%), 아이마켓코리아(14.1%), 삼성카드(46.9%) 등 23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서울통신기술도 계열사 중 가장 많은 35.76%를 갖고 있다.

이어 삼성SDI가 삼성물산(7.4%), 삼성정밀화학(11.5%)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에스원은 일본 세콤(SECOM)사가 최대주주로 있지만 삼성SDI가 2대주주로서 11.03%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못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또다른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제일기획(12.6%), 삼성종합화학(38.7%), 씨브이네트 40.1%, 케어캠프(54.3%), 아이마켓코리아(14.1%) 5개사의 최대주주다.

이외에 삼성전자(4.0%)를 비롯, 삼성테크윈(4.3%), 삼성정밀화학(5.6%), 삼성SDS(18%), 삼성네트웍스(19.5%), 삼성에버랜드 (1.5%), 삼성석유화학(13.1%), 삼성라이온즈(7.5%), 삼성경제연구소(1%), 삼성증권(0.3%), 삼성카드(3.2%) 등 총 16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 대부분 삼성생명 ‘우산’ 아래 둬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외에도 제일모직에 대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4.9%를 소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13.1%), 삼성석유화학(21.4%), 에스디플렉스(50%)를 계열사로 거느린다.

이외에 ▲삼성코닝-글로벌텍(51%) ▲삼성전기-삼성벤처투자(17%) ▲삼성중공업-삼성벤처투자(17%) ▲제일기획-크레듀(26.7%) ▲삼성정밀화학-한덕화학(50%)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50%) ▲에스원-삼육오홈케어(19.2%), 시큐아이닷컴(53.2%) ▲삼성SDS-이삼성인터내셔널(52.5%), 오픈타이드코리아(70%)를 연결고리로 최대주주와 계열사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그룹 10개 금융계열사는 삼성카드와 삼성벤처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삼성생명의 ‘우산’ 아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7.3%), 호텔신라(7.3%)의 최대주주이면서 삼성화재(10.3%), 삼성증권(11.4%), 생보부동산신탁(50%) 등 3개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다음으로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96.8%), 애니카자동차손해사정(100%), 삼성증권이 삼성선물(51%), 삼성투자신탁운용(65.4%)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재용 전무 에버랜드 지분 25% 보유 2대주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가 ‘대권’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전무는 1996년 12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있다. 삼성카드에 이어 2대주주다.

부친 이건희 회장(3.72%) 및 계열사들까지 지분을 합하면 90.2%에 이르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확보를 통해 사실상 지분상의 경영권 승계는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1.86%를 비롯, 삼성물산 1.41%, 삼성화재 0.31%, 삼성증권 0.10%, 삼성라이온즈 2.50%, 삼성종합화학 0.45%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재용 전무는 삼성SDS 9.14%를 비롯, 삼성네트웍스 7.64%, 서울통신기술 46.06%, 가치네트 36.69%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들어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01년 33세의 나이에 삼성전자 상무보 직함을 달고 경영 수업을 시작한 이 전무는 2003년 상무를 거쳐 올 1월 전무 승진과 함께 최고고객책임자(CCO=Chief Customer Officer)직까지 맡아 ‘경영수업’을 사실상 졸업하고, ‘경영실전’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외부환경 변화는 이건희 회장 일가, 엄밀히 말하면 이재용 전무→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연결되는 지배구조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1997년 3월 이전에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 7.3% 중 5% 초과분 2.3%를 2년내 처분해야 한다. 또 삼성카드가 1997년 3월 이후에 취득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도 5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 상장땐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딜레마

생명보험사 상장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삼성생명의 상장 방안도 삼성그룹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보유 자회사 지분의 가치가 회사 총자산의 절반을 넘으면 지주회사로 분류되고, 자회사 가운데 금융사가 포함돼 있으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된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ㆍ손자회사는 제조업체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서 19.34%(신탁분 6% 120만주 포함 386만8800주)를 소유하고 있다. 장부가액은 1조6830억원. 삼성에버랜드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3조6082억원)의 46.64%를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때는 상황이 급변한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을 시가로 계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상장후 주가가 현 장외시세를 감안해 대략 70만원 정도만 돼도 지분가치(2조7000억원)가 총자산의 75.05%에 달해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의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지분 7.26%를 팔아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인 출자 구조가 깨지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것은 물론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복잡해진다.

◆일각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 언급

이 같은 상황에서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체제다.

최근 교보증권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점검’이란 보고서를 냈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삼성카드의 최대주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돼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매각된다면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요지다.

우선 ▲삼성전자는 삼성카드 지분 매각 자금으로 삼성생명 보유 지분 7.26%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고 ▲삼성전자 비IT기업 지분과 삼성물산 보유 IT기업 지분과의 주식스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에 이 회장 일가의 삼성SDS 현물출자 ▲삼성물산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에 이 회장 일가 보유 삼성에버랜드 지분 현물출자가 이뤄진다.

다음으로 ▲제일모직은 계열 분리될 경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삼성그룹에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간의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대금으로 자사주 20%, 삼성화재 및 삼성증권 지분 20% 매입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 대로라면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 지분 22.50%, 삼성물산에서 분할된 지주회사 30%, 금융지주회사 37.6%의 지분을 소유하며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도 삼성그룹이 주요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를 국내 은행 등에 매각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하나의 의견일 따름이다.

‘신경영’을 바탕으로 초일류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 삼성이 앞으로 ‘창조경영’을 통해 제2의 변화를 모색하며 경영권 안정과 승계 작업을 깔끔히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지배구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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