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산은, 구조조정 재원 조달 여력 충분…한은 나설 때 아니야"

입력 2016-04-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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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기준금리 1.5% 동결…"양적완화 개념 정확히 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며 "중앙은행으로서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경우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현재 금융시장을 분석해볼 때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다며 당장 지원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은 금리, 통화량 조절, 대출정책 등 여러가지 정책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등 문제에 대해 중앙은행이 나설 상황이 되면 지금 현재 수단들로 적합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또한, 올해 수정경제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구조조정 지원 계획은. 정부와 한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있는가.

△ 양적완화란 표현은 분명히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하는 양적완화는 제로금리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통화량을 늘린 것이다. 우리나라가 얘기하는 양적완화는 구조조정 지원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중앙은행으로서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경우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한다. 한국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현재로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재원을 조달하는데 큰 애로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위기의 상황이고 그야말로 신용경색이 생긴다거나 기업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때는 보다 적극적인,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원화 강세 속도조절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 제기되고 있다. 아직도 완화적이라고 보나.

△워싱턴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은 통화-재정정책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완화적이냐를 판단할 때는 여러가지 평가 수단이 있다. 실질 금리, 통화량, 유동성 상황 등 금융상황지수로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냐를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지표를 비교해 판단했을 때 지금의 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앞으로 미국의 환율 보고서가 발표되는데,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또는 지정되지 않더라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서 지적을 한다면 원화 환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 한국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던가, 환율보고서가 어떤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것을 가정해서 총재로서 언급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자세한 답변 안하겠다.

- 양적완화 적극적인 지원을 애기했는데, 자금지원 규모가 명확히 한다면, 한은이 지원해도 된다는 의미인가.

△ 한국은행이 구조조정 지원을 하더라도 중앙은행 기본원칙 내에서 하겠다는 얘기하겠다. 기업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 산은의 재원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면 정부에서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

- 총선 이후 양적완화가 어려워져 금리 인하를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양적완화는 선진국의 사례가 아니라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의미하는데 이와 금리 인하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 4월에 전망을 바꾸면서 1월과 달라진 점은.

△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지난 1분기 실적이 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미치지 못했던 것, 유가 하락이라든가 여러 이유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률, 세계 교역 신장률의 전망치가 낮아진 것이 주된 이유다. 다만, 2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차이가 없다.

-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봐도 되는지.

△ 연초부터 대외부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등 대부분의 불확실성이 나아졌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도 있었다. 최근 들어 불확실성이 완화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점진적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국의 경우 1분기 성장률이 6.7%로 나타나면서 급격한 경제 둔화 우려가 완화됐다. 유가도 현재 40달러 내외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G20 공동선언문을 보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아니면 한국 등 신흥국도 해당되는가.

△ G20 공동선언문을 보면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고 재정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한다. 지난 2월 상하이 G20 공동선언문에도 나왔던 얘기다. 거듭 강조를 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선진국을 시작으로 완화정책이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효과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저성장-저물가가 일시적인 경기요인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도 통화정책만이 아닌 재정정책, 구조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운용과정에서 명백한 교훈이다.

재정 및 구조정책의 경우 제약은 있다. 통화정책만큼 빠르지 못하는 등이 그러한 점이다. 문구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완화정책을 추진하는 모든 신흥국에 공통된다.

-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원화가 일부 국가의 '프록시 통화'가 됐고, 오버슈팅 매도됐다는 문구가 있다. 원화가 프록시 통화로 매도되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인가. 장기적이라면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 중국 등 여타 신흥국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 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환율이 단기간에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외환당국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쏠림현상이 있다면 유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 성장률 2.8%로 내렸는데 앞으로 긍정적으로 보는가.

△ 우리 경제도 2분이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면밀히 지켜보겠다.

- 어려운 경제여건에 한은의 역할에 대한 지적 많아. 한은의 재량권, 한은의 역할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 양적완화에 관련해서 질문의 각도가 다르다보니 표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해의 소지도 있는 것 같다. 한은이 나서야할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나서겠다고 했다. 정책수단을 언급했는데, 한국은행은 금리, 통화량 조절, 대출정책 등 여러가지 정책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등 문제에 대해 중앙은행이 나설 상황이 되면 지금 현재 수단들로 적합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저성장률 고착화 우려 커져. 총재와 유일호 기재부 장관의 의견을 보면 성장에 대한 엇박자 우려. 기재부와 공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문제점 진단, 처방 하는데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발언을 하다보면 늬앙스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 재정정책, 통화정책을 동원해서 성장 회복의 중점을 두겠다고 얘기한 것 같다.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나설때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은 양적완화에 따른 의미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현재 양적완화는 산업은행에다가 직접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인데, 현재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 나설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경기회복을 지원하는데 역점두겠다는 것이다.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기본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의미다. 현재 금리 수준이 완화적인 것은 분명하다. 더 완화적으로 가느냐에 대한 문제지, 지금은 완화적인 수준이다. 완화적이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1.5%다. 금리 인하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금리 인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월에 이 자리에서 얘기했듯이, 금리 결정할 때는 기대효과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금리 정책은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는 타잉밍이 중요하다. G20에서도 강조했듯이 통화정책만으로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기본 스탠스다.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조의 필요성 목소리가 높다고 하는데,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주길 바란다.

- 총선 이후 경기부양책을 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와. 국회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유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주요 선진국, 다른 나라 얘기부터 하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높아졌다. 미국이 제로금리를 하면서 양적완화했다. 이후 유럽의 재정위기가 터지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유럽도 제로금리에 양적완화를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많은 신흥국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듯했으나, 완화정책을 실시한 나라가 저성장-저물가에 직면해 있다. 원인은 경기요인보다 구조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통화정책 의결문을 보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한다는 표현으로 바꾼 이유는.

△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를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이라고 바꿨다. 금통위에서 경제여건을 점검해보니깐 성장과 물가면에서는 하방리스크가 커진 반면, 금융안정 리스크는 줄어들었다는 판단에 기초해서 표현한 것이다.

- '현재 금리 수준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했는데, 과거에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작년에도 '뒷받침할 것'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금리를 내렸는데, 이번에 '뒷받침하고 있다'고 표현한 의미는.

△ '충분히'라는 표현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서 그 표현을 쓰지 않았다.

- 구조조정 지원의 '타이밍'이란 시기는.

△ 타이밍을 언급할 때는 금리 정책의 효과,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는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초처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높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을 때는 통화정책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인하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것은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클 때는 정책 여력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정책이 뒷받침하지 않느다면 결국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으로 봐도 되나.

△금리정책도 재정정책, 구조조정정책과 같이 가야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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