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 금융시장부 기자
최근 구조조정 취재를 위해 IMF 당시 구조조정 중심에 있는 인물들을 만났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건넨 말이다.
회계법인, 법무법인, 시중은행, KDB산업은행 등 다양한 사람의 입에서 과거 구조조정 뒷얘기, 달라진 구조조정 환경, 향후 구조조정 비전 등 유익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런데 흥미를 끄는 점은 따로 있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로부터 ‘변양호 전 국장’이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이다.
구조조정에 몸담았던 이들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구조조정을 위해 나섰던 정부 공무원을 그리워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은행과 회계법인, 연구원들은 공통적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로 ‘컨트롤타워 부재’를 꼽는다. 이는 완곡한 표현일 뿐 정부가 구조조정 책임을 지지 않으려 몸을 사린다는 의미다.
한 구조조정 관계자는 “산은이 IMF 시기 때 ‘칼잡이’처럼 거침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뒤에서 암묵적으로 함께 책임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변양호 신드롬 이후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국장이 정권이 바뀐 뒤 구속된 것을 본 공무원들이 더 이상 구조조정에 있어 적극적이지 않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이다.
앞서 나온 말도 같은 의미였다.
최근 산업계와 금융계, 학계에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정부 역할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은 괜한 트집이 아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정부 당국자부터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