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사과 및 보상 약속…제조·판매사 중 처음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해 관련 업계 최초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롯데마트는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보상과 관련된 전담 조직을 설치, 검찰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피해보상 협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가 수습 방안을 따로 내놓는 것은 지난 2011년 이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 지 5년만에 처음이다.
김종인 대표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많이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1년 8월 문제제기 이후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이제는 더이상 시간을 늦추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피해보상과 관련해서는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보상이 필요한 피해자들의 선정기준과 보상 기준을 객관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을 위해 검찰 수사 종결시 피해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진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철저하게 확인하고 조치해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우선 노력과 조치를 취해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05년부터 구아니딘 계열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생산해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바 있다.
PHMG는 2011년 급성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 수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질병관리본부가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영국 옥시레킷벤지커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제품에도 이 성분이 포함돼 있다.
관련 살균제는 1994년 최초로 시판된 바 있으며, 2001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홈플러스, 2006년 롯데마트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2011년 문제발생 후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며, 롯데마트는 해당 제품을 당일 전량 회수·폐기했다.
올해 1월 26일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 살균제를 특별수사팀으로 확대하고, 현재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 등을 대상으로 관련 수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이날 사과와 보상 추진 발표는 당시 롯데마트 사장이었던 현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의 건의에 따라 롯데그룹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회적ㆍ도의적 책임을 지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발표가 최종 결정됐다는 게 롯데그룹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