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에게 두 차례 낙태수술을 받도록 한 공무원에게 정직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소방공무원 A(남)씨가 강서소방서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1999년 3월부터 서울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3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B(여)씨를 처음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 중 B씨가 임신하자 A씨는 헤어지기로 하고 수술비를 줘 낙태수술을 받게 했다.
이들은 한 달 뒤 다시 만났지만 A씨의 여자 문제로 곧 헤어졌다. 여자 친구 B씨는 헤어진 뒤 임신사실을 알고 A씨에게 말했으나 그의 반대로 또 낙태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B씨의 아버지는 ‘A씨가 자신의 딸을 두 차례나 임신시키고 낙태를 강요했다’고 소방서에 제보했다.
소방공무원징계위원회는 지난해 3월 ‘소방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A씨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A씨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서울시지방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를 확정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징계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실혼 또는 동거관계에 있던 여성의 낙태에 관여했다고 해도 이는 소방공무원 직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자친구 B씨의 증언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낙태가 강요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