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액이 전년에 비해 18% 가량 크게 늘었지만, 상위 3대 그룹 의존도는 더 높아져 쏠림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3대 그룹의 투자액은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의 65%를 차지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전체 투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 투자액이 10조원을 넘는 그룹도 3대 그룹 뿐이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 등으로 투자 증가액이 전년 대비 2.3배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수주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의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데 반해 자동차와 전기전자, 식품 등은 투자가 늘었다.
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0대그룹 261개 계열사의 2015년 투자액을 조사한 결과 총 76조2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277개 계열사의 투자액 64조4824억원에 비해 11조5467억 원(17.9%) 늘어난 규모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개발(R&D) 투자는 포함되지 않았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도 제외됐다.
3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 투자액은 26조5481억원으로 전년(28조1978억원)에 비해 오히려 1조6496억원(5.9%)이나 줄어들었다. 투자규모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현대차를 제외할 경우 30대그룹의 총 투자 증가율도 2.5%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총 20조1063억원을 투자,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삼성은 2014년 18조5151억원보다 투자액을 1조5912억원(8.6%) 늘렸다. 2위는 17조8138억원을 투자한 현대차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전년보다 무려 10조1338억원(132.0%) 늘어난 17조8138억원을 투자했다. 3위는 SK그룹으로 전년보다 1조4713억원(14.6%) 늘어난 11조5608억원이 집행됐다. 투자액이 10조원을 넘는 곳도 이들 3대 그룹뿐이었다.
투자규모 4위에 오른 LG는 투자액이 7조581억원으로, 3위인 SK와 4조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투자액 순위 4위부터 7위까지 오른 LG와 KT, 롯데, 포스코 그룹은 모두 투자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투자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는 전년보다 30% 감소한 2조2466억원에 머물렀다. 이어 포스코가 2014년 2조4877억원에서 1조9170억원으로 5707억원(22.9%) 줄여 감소액 2위에 올랐다. LG도 7조5415억원에서 7조581억원으로 4833억원(6.4%)이 감소했다. 금호아시아나(-2879억원, 41.5%↓), 현대중공업(-2693억원, 22.8%↓)도 투자규모를 크게 줄였다.
전체적으로 14개 그룹이 투자를 늘렸고 15개 그룹은 줄였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자동차, 식품, 운수업 등이 전반적으로 투자를 늘렸고, 통신, 철강, 중공업 등은 투자를 줄인 기업이 많았다.
개별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4조2536억원을 투자해 1위를 차지했다. 전년(12조1219억원)대비 2조1317억원(17.6%)이 늘어난 액수다. 2위는 8조1332억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2014년 3조1461억원에서 무려 4조9870억원(158.5%)이나 늘렸다. 3위에는 SK하이닉스로 3조8586억원에서 6조5569억원으로 2조6982억원(69.9%)이 증가했다.
투자액 감소가 컸던 기업은 LG유플러스(-7706억원, 33.2%↓), 롯데쇼핑(-6105억원, 44.0%↓), SK텔레콤(-5794억원, 24.0%↓), SK인천석유화학(-5442억원, 93.9%↓), 포스코에너지(-3709억원, 72.3%↓)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