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신드롬 이유는 한국 현실의 민낯?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4-06 07:13수정 2016-04-06 07:3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태양의 후예' 신드롬 이유 중 하나는 2016년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반발이다.
정의, 진실, 양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계급과 조건을 뛰어넘는 사랑, 개인의 성공과 돈보다는 인간애와 조국애…

2016년 대한민국에선 그 의미를 잃어버린 박제된 용어와 인물들로 넘쳐난다. KBS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에 대한 열기는 상상초월이다. 전 세대를 강타하는 신드롬이다. 밥을 먹는 곳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곳에서도 ‘태양의 후예’ 이야기다. 드라마의 대사는 일반인의 유행어가 되고 연기자의 의상은 대중의 패션이 된다. 얼마나 열기가 대단하면 드라마 속 인물들과 대척점에 있다고 평가받는 부패의 아이콘, 정치인들마저 군복과 의사 유니폼을 입은 ‘태양의 후예’의 등장인물을 흉내 낸 홍보물을 들고 4.13 총선에 나설까.

‘태양의 후예’ 제작진은 방송 전 밝혔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들과 의사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주는 휴먼 멜로 드라마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완벽한 판타지다. ‘태양의 후예’는 허구적인 구성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전형적인 판타지다. 영화이론가 수잔 헤이워드가 적시하듯 판타지는 우리 무의식의 표현으로 우리가 억압하는 영역 즉 무의식의 영역과 꿈의 세계를 반영하는 즉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꿈과 무의식 속에 그럴듯하게 자리 잡은 세계다.

‘태양의 후예’에 대한 신드롬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현실과 강자와 갑들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탈, 재산, 학벌 등으로 물화된 조건의 교환시장으로 전락한 남녀 간의 만남, 돈이 인간에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가 횡행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에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정부, 국민은 안중에 없고 권력에만 눈이 먼 정치가, 탐욕으로 얼룩진 기업인,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한 반발은 아닐까.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생기면 어때?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당신 조국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난 내 조국을 지키겠습니다.”‘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의 대사에 “세월호 대참사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죽어간 304명의 희생자(사망 295명, 실종 9명)가 생각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라는 시청자들의 가슴 아픈 의견들이 대응한다.

지진으로 매몰된 건물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재난 현장에 들어가는 군인들의 모습에 피부병으로 군 면제를 받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고위층 인사와 부하 장병들에게 입힐 방탄복마저 저질로 만들게 해 자기 배를 채우는 군 장성들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위험을 감수하고 부상한 사람들을 구하고 질병에 걸린 가난한 아이들을 정성과 사랑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을 목도하면서 자신의 부만을 위해 약자와 을(乙)의 빈곤과 비참을 아무렇지 않게 강제하고 더 나아가 세월호 관계자처럼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탐욕의 기업가에 대한 분노를 분출한다.

2016년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의 민낯이 역설적이게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꾸는 꿈과 이루기 힘든 소망들로 가득 찬 ‘태양의 후예’신드롬을 낳은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과 소망으로 점철된 판타지의 종합전시장 ‘태양의 후예’가 또 다른 편견을 심어주고 현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강화하는 폐단도 있다. 더 나아가 판타지로 야기된 착시로 인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마비된다. 하지만 정말 ‘태양의 후예’의 뜨거운 열기의 본질은 부정이 정의를 누르고,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며, 슈퍼 갑(甲)들이 착하게 성실히 살아가는 을들을 잔혹하게 짓누르는 대한민국 현실의 민낯에 대한 준엄한 비판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제발!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