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던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무산과 관련해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허준영(64) 전 코레일 사장이 16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1일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전날 출석한 허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날 오전 1시 40분께 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허 전 사장을 상대로 측근 손 모 씨와의 금품거래 관계 등을 추궁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선 허 전 사장은 이번 수사가 모함에서 비롯된 것이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신을 역적으로 모함하는 불의를 응징해달라"는 말도 남겼다.
검찰은 29일 허 전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사업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사업가 손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허 전 사장이 비리에 연루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씨는 용산개발사업 추진 당시 W사를 세워127억원 규모의 폐기물처리 용역을 따냈는데, 검찰은 손 씨가 이 중 15억여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손 씨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허 전 사장이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선거에 출마한 점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수사 시기를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 15대 회장을 지낸 허 전 사장은 16대 선거에 재출마했지만, 지난달 26일 치러진 선거에서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별보좌관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2007년 민간과 공공기관이 합작으로 특수목적법인 '드림허브PFV'를 세우면서 추진된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30조원이 넘는 사업계획이 발표되며 건국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드림허브PFV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 두산건설 등 18개 건설업체와 롯데관광개발이 53.7%를, 코레일과 SH공사, 국민연금이 공공지분 46.3% 를 출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정난에 빠진 드림허브PFV는 몇차례 위기를 겪다가 2013년 대출이자 52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결국 2013년 백지화된 이 사업은 그동안 정치권과의 비리 연루설이 제기되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허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돼 용산 개발 사업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