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 산업2부 기자
수출 비상이 걸리긴 했나 보다. 올 초부터 정부가 ‘수출 확대’를 강조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각 부처별 목소리도 수출, 수출, 또 수출이다. 수출이 아니면 살기 어렵다는 강력한 정부발(發) ‘위기론’이다. 물론, 수출 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이 정부로선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수출 장려정책이 마치 과거 1960~70년대 개발 연대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최근 중소기업청은 코트라(KOTRA),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중소기업·수출 유관기관들과 함께 ‘중소·중견기업 수출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선언식’을 개최했다. 외관상 행사 주체는 민간단체인 중기중앙회였다. 하지만 실제론 중기청으로부터 ‘하달’된 행사였다는 후문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행사 개최 불과 며칠 전에 중기청으로부터 행사 주최에 대한 얘기가 나와 이번 협력식이 개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관상으로는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중기청 등 관(官)이 합류하는 식으로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사실상 정부 주도로 개최된 수출 장려 행사라는 얘기다. 더욱이 이 행사에서 중기청과 유관기관들은 올해 중소기업 수출 목표를 ‘2000억 달러 돌파’로 설정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2000억 달러라는 수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따라오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금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등으로 먹고살기 힘든 상황인데 정부가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꼬는 소리도 들린다. 특히,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6.6% 감소한 중소기업들의 볼멘소리가 더 크다. 보기 그럴싸한, ‘2000억 달러’라는 수치만 내세운 정부 주도 수출 정책이 아닌, 규제 철폐와 인프라 조성 등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수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눈을 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