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점유율 5위 '강소기업'… 과거 '전량 리콜' 결정으로 바이어 신뢰 잡아
유압브레이커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자체 브랜드로 유압브레이커 시장에서 스웨덴, 프랑스, 일본업체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고 있는 강소기업이 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해외를 누비는 수산중공업이 그 주인공이다. 수산중공업은 유압브레이커, 유압드릴 핵심모듈 등을 국산화시켜 국내 건설기계 업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시 수산중공업 본사에서 만난 정석현 회장은 “2004년 수산중공업을 인수해 대표로 취임했는데, 이후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며 “생산하는 제품군이 굉장히 많았는데, 취임 후 6개월 만에 제품수를 대폭 줄였고, 대기업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도 과감히 없앴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경쟁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줄인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경우 자금력 측면에서 대부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 회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정 회장은 관납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회사를 ‘수출 중심형’으로 바꿨다. 그 결과, 수산중공업의 수출 비중은 약 60%까지 올라왔고 이에 힘입어 2012년엔 ‘70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회사의 수출 규모는 2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이후 2006년 30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이 2012년 7000만 달러로 증가하면서 8년 만에 수출을 4배나 올렸다”고 말했다.
수산중공업은 유압브레이커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독자 브랜드로 샌드빅(스웨덴ㆍ점유율 11%), 아트라스콥코(스웨덴ㆍ11%), 몽따베르트(프랑스ㆍ10%), 후르카와(일본ㆍ9%)에 이어 세계 점유율 5위 업체로 도약했다. 시장 점유율도 8%로 1위 업체와의 격차도 3%포인트에 불과하다. 유압브레이커는 물론, 유압드릴 핵심모듈인 ‘드리프터’, 트럭탑재크레인 등도 수산중공업이 내세우는 제품들이다.
이 같이 국내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은 수산중공업이지만,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이 수산중공업을 인수한 시기도 과거 외환위기(IMF) 시절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회사가 휘청였을 때다. 정 회장은 “매물로 나온 수산중공업을 보니 연구인력들이 많아 잘 살려놓으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욕심이 나서 회계법인이 추천한 가격보다 약 20%를 더 비싸게 주고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인수한 이후에도 위기는 있었다. 과거 많은 중소기업들을 어렵게 했던 키코(KIKO) 사태를 피하지 못해 또 한 번 고생을 했다. 또한, 생산라인을 바꿔 120억원에 달하는 제품을 전 세계 70여개국에 뿌렸는데, 심각한 고장이 발생해 전량 리콜을 했던 기억도 정 회장에겐 생생하다. 특히 리콜 사태 당시는 4위인 일본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시점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정 회장은 “키코 사태로 200억원 손해를 본 것을 겨우 갚아 투자금이 생겼는데, 리콜하게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리콜에 대해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시장을 잡을 수 있으려면 전량 리콜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바이어들의 이탈이 덜했다”며 “세계 시장에서 조그만 한국업체가 제품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느 믿음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최근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R&D다. 수산중공업은 전체 인력 중 약 30%가 R&D 인력이다. 정 회장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는 걸 보면 우리 제품 성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핵심은 최고 수준의 R&D 인력을 통한 소재ㆍ열처리 기술력을 차별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산중공업은 자체 R&D 인력 외에도 대학교 자문기술단 12명과 함께 ‘수산기술지원회(수기회)’도 운영 중이다. 회사가 연구과정을 보고하고, 수기회가 해당 기술을 자문하는 방식이다.
정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1조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압브레이커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진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어 유압드릴 시장에서도 세계 3위를, 트럭탑재크레인은 점유율 5%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일본시장을 뒤쫓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힘든 시기”라며 “대형급 제품은 아직 중국이 우리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격차를 더 벌려 점유율 순위를 더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산중공업은 2014년 11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주력 제품인 유압브레이커의 누적 판매량은 8만8482대에 달한다. 유압드릴은 213대, 크레인은 2만1901대를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