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경제]‘일물일가법칙’ 잣대로 단통법 시행하면 ‘호갱’ 없어질까

입력 2016-03-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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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거래 비용에 따라 가격 달라져… 단통법 되레 시장 가격경쟁 막는 꼴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
‘일물일가법칙(一物一價法則)’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파는 아이폰 가격이 50만원인데, 부산에서 파는 아이폰 가격이 100만원이라고 치자. 사람들은 서울에서 아이폰을 사서 부산에서 파는 장사를 하려고 할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 일물일가법칙이다.

그런데 같은 막걸리인데 청계산과 동네 슈퍼마켓에서 다른 가격에 팔리고 있고, 같은 캔커피가 지하철 매점과 할인매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된다. 일물인가법칙이 틀린 것인가?

일물일가법칙은 재화를 생산하거나 거래하기 위해서 드는 비교역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청계산까지 막걸리를 지고 올라가는 노고를 들이지 않고 막걸리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내고 막걸리를 사먹은 것이고, 지하철에서 갑자기 먹고 싶어진 캔커피를 다시 개찰구를 나가서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내고 지하철 승강장 내 매장에서 산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동일한 조건인데도 서로 다른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파는 것은 불공정해서 금지되어야 하는 행위인가.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같은 휴대폰을 누구는 비싸게 사고, 또 다른 사람은 싸게 사는 현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 법이다.

법 제3조 제1항은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는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논리다. 누구나 동일한 가격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라고 법이 말하는 스마트폰의 판매가격을 하나로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차별 금지법을 만들면 정말 ‘호갱’이라고 불리는 소비자들은 없어질까.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경제규제법이다. 경제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은 반드시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통신사가 마케팅 비용을 들이는 대신 시설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기회를 막으면 일시적으로 휴대폰 가격이 높아지고, 그러면 고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제조사는 휴대폰 가격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휴대폰의 시장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법의 논리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휴대폰 시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제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능 개선의 한계로 인해 이미 저가 휴대폰시장이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효과일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장에서의 가격 및 비가격 경쟁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애초에 ‘호갱’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 획득 비용의 문제였다고 본다. 그렇다면 법이 정보공시를 폭넓게 해서 소비자가 거래비용을 줄이면서도 쉽게 휴대폰 가격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쳐야 했던 것은 아닐까. 굳이 청계산 등산을 할 때 막걸리를 배낭에 넣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등산객과, 싼 값에 먹으려고 배낭에 지고 가는 등산객이 있는 것처럼 보조금이 다르게 지급될 때에도 자신의 정보 획득 비용과 시간 사용에 대해 다른 효용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거기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누구도 싼 값에 휴대폰을 살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자 소비자들은 또 다른 일물일가법칙 구현의 방법으로 휴대폰 해외직구를 선택하고 있다. 해외직구를 막는 제도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장은 규제보다 더 현명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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