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ISA 유치경쟁, 그들만의 잔치?

입력 2016-03-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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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아직은 고객 반응이 썰렁합니다. ISA 출시에 대해 금융기관장들만 신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최근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고객 반응을 묻자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같이 털어놨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가 지난 14일 출시되면서, 출시 초기 승기를 잡으려는 은행권과 금융투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출시 첫날 금투업계는 ISA를 입법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정치권, 금융당국 수장들을 가입 고객으로 유치하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은행권 역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을 내세우며 권역별로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ISA 출시 첫해 기대 수탁액을 묻자 3개월, 6개월 초기 성과만 확실히 증권업계가 선도한다면 10조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금융권 수장들이 발 벗고 나선 까닭인지 출시 첫날 성적표는 우수한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출시 첫날 32만명이 ISA에 신규 가입했다. 그간 출시된 세제형 상품인 재형저축과 소장펀드가 출시 첫날 각각 28만명, 1만7000명을 유치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성과 이면엔 업권별로 승기를 잡으려고 무리하게 영업직원에게 마케팅 할당량을 부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ISA 가입 할당량 때문에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해야 할 만큼, 경쟁 유치에 머리가 아프다”며 “고객 1인당 1계좌씩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빨리 가입시키고 보자는 생각을 누구나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과열 경쟁은 의도치 않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ISA 가입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은 영업직 직원들에게 1인당 100건 이상의 ISA계좌 가입 할당을 내리고 4월 말까지 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NH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이 인정하지 않는 본인과 가족 가입건수, 이른바 지인 실적도 개인 실적으로 반영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 재산증식 프로젝트, 희망계좌라는 거대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금융당국이 매일 ISA계좌 가입 현황을 공개한다고 해서, ISA 가입자 수 늘리기가 4월 각 증권사의 미션”이라며 “출시 초기이니만큼 고객에게 ISA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고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인데, 과도한 경쟁에 고객들이 ISA에 대한 본질을 왜곡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탄생한 재테크 만능통장이 무능통장으로 자칫 왜곡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제 살 깎기식 무료 수수료 같은 업계 간 경쟁보다 ISA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테크와 수익에 장기간 도움을 줄지를 놓고 각 업권이 손잡고 머리를 맞댈 때다. 대의를 위해서는 때로는 오월동주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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