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이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엄마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중 취업자의 40%가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의 사유로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이미 7년 전에 대학진학률에서 남성을 앞질렀고, 각종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들이지만 엄마라는 이유로 경제활동 참가를 포기하는 것이다.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인력 손실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양질의 육아 제공이다. 특히 직장 내에서 맘 편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육아시설이 제공된다면 우리 노동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엄마들이 맘놓고 일할 수 있도록 직장 내 어린이집을 적극 확대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어린이집 4만2517곳 중 직장어린이집은 785곳에 불과하다. 5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장의 25%(300개소)가 직장어린이집 설치 등 보육 지원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그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임신한 직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는 소신 있는 경영철학을 가진 회사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을 위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하는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전국 24곳에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고자 하는 경우 대기업은 60%, 중소기업은 90%까지 무상으로 소요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직장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인건비를 1명당 최대 120만 원까지 매달 지원해준다. 특히 재정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 보육 아동 수에 따라 매달 200만~52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밀집된 산업단지 내 공동직장어린이집은 설치비용을 최대 15억 원까지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엄마들은 강하다. 실력으로 남성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능력을 갖춘 여성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14년 연속 남녀 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최하위 수준이라는 통계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엄마들이 직장어린이집 등 양질의 육아 제공을 통해 집 안팎을 모두 돌봐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과 열정이 넘치는 직장생활을 계속 펼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