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동력 낭비" vs 정부 "과세근거 확보 어렵다"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조세특례제한법ㆍ법인세법ㆍ소득세법 등 91개 항목에 걸친 '2007 기업관련 세제개선과제'를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국세청·국회 등에 제출했다.
건의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수년째 개선을 건의하고 있는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이하 명세서) 제출의무 완화' 부문이다.
현행 법인세법상 기업은 주식과 출자지분 등의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서와 함께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며,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누락 또는 오류가 있는 경우 해당주식 액면금액의 2%를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주식 발행회사가 명세서에 기재해야 하는 주식 양도일ㆍ양도시 기준시가 및 실지 양도가액·취득시 기준시가 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주주들의 주식거래는 금융거래의 일종으로 비밀이 보장돼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과세당국이 증권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별기업을 통해 작성·제출토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노동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재계는 주장했다.
재계 회계담당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시 명세서 작성도 큰 업무중의 하나이다"며 "과세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굳이 기업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되는 불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행 제도의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는 상속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에 쉽게 제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최영록 재산세제과장은 이와 관련 "현재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제출의무를 폐지하게 되면 과세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재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증권예탁원 등을 통해 알아봤지만 연(年) 단위의 주식변동상황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적으로 재계의 불편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명세서 제출대상을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주식거래분으로 한정하는 등 제도개선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개별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거래내역은 해당회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동 제도를 폐지하기 이전에 과세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변동상황명세서의 제출의무는 중요한 과세정보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제출의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개선은 재경부 소관업무이지만 과세당국 관점에서 볼 때 세원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제출의무는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