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세대 창업자 신격호 퇴진수순… 내년엔 전 계열사서 물러날 듯

입력 2016-03-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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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이사회, 등기이사 재선임 안하기로

1967년 6월 롯데제과를 세우면서 지금의 한국 롯데그룹을 일궈낸 1세대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와 이별을 시작한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2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하면서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났지만,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있으면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49년 만에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재계 1세대 창업자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생존자로, 5위의 롯데그룹을 일궈낸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거인(巨人)의 퇴장’이 시작된 것이다.

롯데제과는 7일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과 황각규 그룹 정책본부 실장(사장)의 이사 선임을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95세)인 데다 최근 성년후견인(대리인) 지정 여부까지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상법상 주식회사의 등기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그룹 측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기 만료에 따라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사회에 의한 준법 경영을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7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한 이후 신 총괄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으나 그의 이사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한·일 롯데 원 리더’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의 주식회사 이사직 유지는 경영 혼란만 초래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버지가 정한 후계자는 나’라며 관련 동영상을 언론에 노출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활동 방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임기가 끝나면 차례차례 이사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그의 임기가 남은 곳은 호텔롯데(3월28일), 부산롯데호텔(11월), 롯데쇼핑(2017년 3월20일), 롯데건설(2017년 3월26일),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알미늄(2017년 8월10일)뿐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호텔롯데 이후 내년에는 롯데 전 계열사의 등기이사 명단에서 신 총괄회장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본격적으로 ‘2세 시대’를 열며, 신 회장의 ‘한·일 롯데 원 톱’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 전 부회장이 내세운 주총-소송 두 가지 반격 카드는 각각 신 회장을 지지하는 종업원지주회와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퇴진·성년후견인(대리인) 신청이라는 벽에 부딪혀 승산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확정되면,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내세운 위임장이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되고 광윤사의 대표이사 자리와 과반 최대주주 지위마저 모두 잃을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광윤사 지분 획득과 대표 선임을 모두 서면으로 제출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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