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어느 촌가

입력 2016-03-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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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굴뚝 연기 소올 솔 하늘로 솟아나고

저녁을 알리는 솔개 한 마리 공허로이 허공을 맴돈다.

오후도 늦은 저녁

골방에 흰 수염 드리운 촌로가

멀리 안개에 젖어 곰방대에 묻힌 담배 연기가

희뿌연 연기 되어 날아가네~

어느 허물어지는 토담집 이른 초저녁

늙은 엄마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육순이 넘는 아들은

연로한 어머니에게는 아직도

어린애인가 보네?

얘야 쇠죽 솥에 불은 지피고?

아궁이에 군불은 듬뿍 지피도록 해라?

예! 어무이요-

정겨운 시골 고즈넉한 적막한 이른 저녁에

부뚜막 기름때 바랜 오랜 검은 놋쇠 솥에서 묻어나는 보리밥 김새는 소리에

무덤덤히 좌정한 복실이 강아지가

똬리를 틀고서 길게 혀를 내밀고 긴 하품 숨을 뿜어낸다.

외양간에 포만한 배를 내려깔고 드러누운 늙은 암소도

연신 되새김을 하면서 공허로움에 한 몫을 보태려

힘찬 방귀소-리에 커단 왕방울 눈 천연덕스레 내리 굴리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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