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CJ 어디로… 승계 시동 ‘포스트 이재현 시대’ 열리나?

입력 2016-03-02 18:40수정 2016-03-0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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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서 물러나… 두 남매에 잇따른 지분 증여 ‘승계 준비’ 시각 짙어

▲이재현 회장(왼쪽)과 장남 선호씨.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당분간 경영 일선 복귀가 어려워진 가운데 2일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에서 사퇴함에 따라 CJ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비공식 직함인 그룹 '회장'직만 그대로 유지할 뿐, 사실상 상법상 그룹내 공식 직위를 모두 잃었다. 이에 따라 총수 공백이 장기화된 CJ그룹을 향해 재차 '경영위기론'이 강조되면서 동시에 '포트스 이재현 시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 회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를 두 자녀에게 넘겨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은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이재현 회장 대신 신현재 CJ주식회사 경영총괄 부사장,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회장은 CJ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7월1일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기에 두 달 뒤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다 보니 자기면역체계가 강화돼 새 신장을 공격하는 일종의 거부 반응이 나타나 건강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CJ E&M·CJ오쇼핑·CJ CGV, 2015년 CJ대한통운·CJ올리브네트웍스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자 재선임하지 않고 사퇴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만료 시점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친(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상을 당한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은데다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CJ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이 짙다. 이재현 회장의 아들 선호씨(27)가 CJ제일제당 대리로, 딸 경후씨(32)가 CJ그룹 미주법인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연말 약 300억원 상당의 보유지분 11.35%(14만9667주)를 자녀 2명과 조카 2명에게 전량 증여했다. 아들과 딸에게 각각 4.54%(5만9867주)를 나눠줬다.

이번 증여로 선호씨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종전 11.30%에서 15.84%(20만8867주)로 증가, 그룹 지주사인 CJ㈜(76.07%)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선호씨는 지난 2014년 말에도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 11.30%를 증여받았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600억원 상당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이 2차례에 걸쳐 자녀들에게 모두 넘어간 셈이다.

올리브네트웍스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과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없어 경영권 승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비상장사여서 다른 주주 간섭을 덜 받으면서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회사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이 회장 두 자녀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미미하다. 경후씨는 CJ(0.13%), CJ제일제당(0.15%), CJ E&M(0.27%)으로 1%에도 못 미치고 선호씨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지분이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지분 승계가 좀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편, CJ그룹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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