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한국경제

입력 2016-02-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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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저성장 일자리 부족 등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992년 유럽 통화위기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때 큰 돈을 번 조지 소로스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견했다는 카일베스 등의 헤지펀드가 위안화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중국 주가와 위안화 가치 등에 연계된 ELS의 투자금액이 40조원은 넘을 것이다. 중국이 금융위기 상황에 빠져들면 한국 수출기업의 타격뿐 아니라 ELS 투자자의 손실이 엄청나고 증권회사의 건전성도 위협을 받는다.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유럽에서 사용한 공격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영국 파운드와 같이 약세가 예상되는 통화로 돈을 빌려 그 돈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독일 마르크를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매입한 마르크를 담보로 파운드를 빌리고 다시 마르크를 매입하는 방식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작은 돈을 갖고도 약세가 예상되는 통화를 대규모로 공격할 수 있다. 1992년 9월 16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조지 소로스의 공격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영란은행은 당일 오전에 정책금리를 1차 10%에서 12%로 올렸으나, 시장이 실망하자 바로 15%로 또 올렸다. 그래도 시장에서 파운드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자 오후에 정책금리를 10%로 원위치하고 ERM에서 탈퇴하여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였다. 중앙은행이 하루에 금리를 두 번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조지 소로스 등이 이번에 위안화를 공격하는 방식은 그간 새로운 파생금융상품 등장 등으로 보다 정교해지고 더 다양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위안화에 대한 공격은 외환이 자유화된 홍콩시장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이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근거는 대략 세 가지이다.

첫째가 위안화가 장기간 절상되어 고평가되어 있는 데다 중국기업의 과잉설비와 높은 실업 등으로 인해 위안화의 절하 요인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자랑하는 거액의 외환보유액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4조 달러에서 이후 지속된 자본 유출로 2016년 1월 3.2조 달러 감소했다. 이 중 1조 달러 이상이 해외자원 개발이나 국부펀드 등에 묶여 있어 중국의 수출입 규모나 단기외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넉넉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 은행들의 자산 규모가 GDP의 3.4배 수준으로 과도하게 커졌고, 부동산 거품과 기업의 실적 악화로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투자신탁 등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은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경상수지 흑자와 높은 성장률, 은행 자산 중 정부대출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근거로 투기세력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투기세력과 중국정부 중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알기 어렵지만 중국이 투기세력에 밀린다면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마땅치 않다. 먼저 위안화를 대폭 절하한다면 투기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기업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과 중국 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 등으로 금융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자본규제의 강화나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채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자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그간의 정책기조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고, 후자는 중국인의 자존심상 받아들이기 어울 것 같기 때문이다.

1992년 유럽 통화위기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볼 때 한 나라의 위기는 다른 나라로 쉽게 전염된다. 투기세력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주변국으로 옮겨간다. 한국은 높은 중국 의존도, 과잉 가계부채,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의 문제에다 최근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정학적 위험마저 높아지고 있다. 투기세력의 공격 이유가 중국보다 많아 보인다. 한국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정답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선 유럽 통화위기와 아시아 금융위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중국의 금융 불안이 바로 한국경제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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