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하락 왜 더딘가 봤더니… 정유사 마진 대폭 늘린 탓

입력 2016-02-17 10:48수정 2016-02-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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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65% 떨어질때 정유사 마진 19% 늘려… 원유도입가 비중 낮고 종량세 높은 것도 원인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가격 하락을 틈타 무려 20% 가까이 마진을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7일 경제동향 보고서 중 ‘국내 석유류 가격 결정 체계 분석과정과 정책점’에서 국제유가와 국내 판매가격 증가율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정유사의 마진 확대를 꼽았다.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반 동안 국제유가는 65.6% 떨어졌다. 국내 세금 부과체계를 고려할 때 이론적으로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26.8% 하락했어야 하지만, 실제 하락폭은 24.1%에 그쳤다. 하락폭의 2.7%포인트가 정유사의 생산·유통 마진에 흡수됐다는 게 예산처의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정유사의 정제비 생산마진과 유통마진은 각각 27.3%, 6.6%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애초 리터당 236.0원이었던 마진이 유가 하락 기간 동안 280.8원으로 19%나 확대됐다.

예산처는 정유사들이 마진을 크게 늘린 것도 문제지만, 국제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류 가격의 하락폭이 제한적인 것은 판매가격 대비 원유 도입가 비중이 낮고 유가 변화에 직접 연동하지 않는 종량세 비중이 높은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휘발유 가격 1411원 중 원유 도입가는 238원으로 17%에 불과한 반면, 세금은 877원으로 62%나 차지했다. 이 중 리터당 부과되는 종량세 및 부담금은 762원(54%)이나 된다.

예산처는 “현행 유류세는 종량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경기적 요인으로 유류 수요 증가가 크지 않거나 가격에 붙는 종가세 하락 폭을 상쇄할 만큼의 종량세 증가가 없는 경우 세수 증가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처는 그러나 저유가에 따른 긍정적 파급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유류세 체계를 종가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의 실질구매력 및 기업 수익개선이 내수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실제 유류소비량과 가격·경기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유류소비량은 경기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나타낸 반면, 유가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마진으로 상당부분 흡수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산처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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