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주영 명예회장 전경련 수장 때 사재 털어 옛회관 준공… 2010년 새 회관 입찰 후 현대건설 예정가의 59% 제시 ‘돈보다 명예’
여의도 초입에 들어서면 증권가 간판을 달고 있는 빌딩들이 벽처럼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은빛으로 빛나며 유독 우뚝선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재계의 상징이자 심장인 전국경제인연합회관(FKI타워)이다.
이 건물은 국내 건설사 중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뛰어든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수주전은 수익성보다는 재계의 상징을 짓는다는 점에서 더 치열하게 전개됐다.
1973년 서울시로부터 여의도 부지 3000여평을 평당 6만원에 사들이는 등 준비를 했지만 때마침 오일쇼크가 터지며 회관 건립은 지지부진했다.
정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산실인데 내로라하는 집(건물)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재를 털었고, 현대건설의 인력과 자재가 아낌없이 투입됐다. 이렇게 1979년 전경련빌딩(구 건물)이 준공됐고 시공은 삼환기업이 맡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완공을 기념해 ‘창조(創造), 협동(協同), 번영(繁榮)’이라는 친필 휘호를 선물했지만 준공식을 앞두고 서거하면서 휘호석에 새겨진 날짜를 1979년 10월 16일로 급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전경련은 2008년부터 새 회관의 건립 공사에 들어갔다. 기존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되면서 노후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2010년에 입찰공고가 나왔고 당시 수주전에는 현대건설 외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 대형사들이 총출동하며 건설사들의 자존심 경쟁으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현대건설은 쌍용건설, STX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으며 예정 가격의 58.6%인 1863억원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신축한 FKI타워는 지하 6층, 지상 50층 규모로 지하 3층, 지상 20층이었던 옛 회관 건물보다 3배 가까이 커졌다. 대지면적 1만2146㎡에 연면적은 16만8681㎡다. 높이는 245m로 여의도에서 IFC(55층· 279m), 63빌딩(63층·249m)에 이어 3번째로 높다. IFC보다 높게 지을 수 있었지만 이 경우 건물 옥상에 대공포대가 들어서야 하는 문제 때문에 높이를 낮췄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서울과 수도권 고층빌딩 옥상에는 낮게 침투하는 적 비행기 등을 공격하는 대공포대가 배치돼 있다.
◇최첨단 기술 동원된 건축물 = 공사기간만 38개월이 걸린 전경련 신축 빌딩은 지하 6층, 지상 50층으로 최첨단 건물을 지향했다.
‘친환경 녹색빌딩’ 구현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국토해양부 등으로부터 ‘친환경 최우수 등급 인증’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우선 전경련빌딩은 태양광 패널을 기본으로 적외선 차단 유리를 채택했다. 전통 한옥의 처마선을 설계 모티브로 삼은 태양광 패널은 태양을 향해 30도 위쪽으로 설치돼 있어 태양광을 흡수하며 발전용량을 얻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여름철 사무실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과 자외선 유입을 최소화하는 처마 역할을 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여준다. 아울러 빌딩 내에서 장시간 업무를 보는 입주자들을 고려해 적외선이 차단된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저출분 광폭유리를 설치해 가시성과 투과성을 높였다.
전경련빌딩은 또 물 낭비와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해 건물 내에서 한번 사용한 물을 중수 처리한 후 화장실 세정용수로 재활용하는 중수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옥상에서 받은 빗물을 지하 탱크에 저장한 다음 조경용수·청소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빗물 재활용 시스템도 적용했다. 심야시간에는 냉동기를 가동해 물을 얼음으로 변환시켜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이를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는 업무시간 냉방에 이용하는 방축열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외에도 지하 150m 깊이의 지중열을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지열시스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설비 등 다양한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특히 이 건물은 개방된 공간을 조성해 여의도 주변의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여의도 주거단지와 연결되는 건물 뒤편으로는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고 각종 행사도 가능한 공간을 조성했다. 접근하기 편리한 1층에는 주민복리 시설을 만들어 놓는가하면 자연스러운 동선 연결을 위해 공개 공지를 건물 앞뒤로 배치해 접근성과 연계성을 한층 높였다.
최첨단 업무공간으로서의 기능 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사한 기능들의 연계성을 고려한 수직적 공간 배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다양한 기능의 사무실이 공간적으로 집약돼 있어 사무실 내에서 필요한 서비스 기능을 원스톱(One-Stop)으로 이용할 수 있다.
건물 옥상에는 옥상 조경을 설치해 건물 사용자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고 3개층·6개층을 통합해 조성한 아트리움에는 나무를 심어 친환경적 공간으로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