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부 차장
바둑은 승리를 다투는 게임이다. 궁극적으로 이기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 목적에 집착하면 오히려 바둑을 그르칠 수가 있다.
‘부득탐승’이라는 말은 비단 바둑뿐만 아니라 모든 경쟁 구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최근 4·13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과열된 선거 운동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4·13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둘째로 치더라도 너무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상대 후보를 비방 또는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부산의 한 총선 예비후보 A씨는 자신을 비방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경쟁 후보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후보 측에 따르면 B후보 측이 A후보가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과거 지역신문 기사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 유권자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경기 수원갑에서는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현직 비례대표 의원이 전직 지역구 의원을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은 당내 공천 경쟁 상대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12월 자신이 발표했던 여론조사가 ‘의원실 자체 데이터로 진행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도 최근 SNS상에서 ‘KNN 총선 여론조사 결과보도’라는 제목의 자료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지만 해당 방송국에서는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며 허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밖에도 전남 남원·순창·임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동원 국회의원이 무소속으로 둔갑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의원 측은 보도자료에서 “유권자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택 기회를 제공해야 할 여론조사가 특정 후보자를 음해하고, 경쟁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수단으로 악용·변질됐다”며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 외에도 상대 후보를 고소·고발 또는 비방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일 현재 선관위가 20대 총선과 관련해 조치한 건수는 기부행위 관련 79건, 인쇄물 관련 64건, 시설물 관련 23건 등 총 24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선관위가 수사기관에 고발, 수사 의뢰한 건수는 각각 32건과 11건이다.
앞으로 4·13 총선이 60여일 남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과열된 선거 운동으로 인해 상대 후보를 고소·고발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을 선출하는 4·13 총선은 분명 축제의 장이다. 그런데도 몇몇 총선 예비후보는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망각한 채 오직 금배지에만 목을 매고 있다.
승리에 집착하면 이기지 못하는 법이고, 선의가 아닌 악의적인 방법을 통해 거머쥔 승리는 빛이 퇴색되기 마련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진일보한 선거 경쟁을 통해 선출된 국민 대표의 환한 미소를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