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부영 등 선점업체 모델...기초부터 분양까지 패키지 사업
최근 국내 건설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겪자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중견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견건설업체은 회사의 '존망'까지도 해외진출에 두고 있는 상태다.
중견업체들의 새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우림건설과 베트남에서 교육봉사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알리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주)부영처럼 아직 본격적인 진출에 들어간 업체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해외 개발사업팀을 구축하고 해외진출 태세 갖추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이들 중견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주로 국내에서 추진했던 방식 그대로 부지를 매입하는 이른바 '땅작업'부터 시작, 분양까지 이어지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형건설업체들이 주로 건축, 토목, 플랜트 등에서 타국 업체들과 수주경쟁을 벌이는 도급 사업에 나서는 것과는 다른 형태다.
실제로 동문건설이 지난 2월 대대적인 해외개발사업팀 편성을 위해 채용공고를 낸 것을 비롯해, 월드건설, 우림건설 등도 인력보강을 시작으로 해외개발사업에 '시동'을 건 상태다. 또 국내 최대 디벨로퍼 업체로 꼽히는 (주)신영은 정춘보 회장이 직접 회사 고위층을 대동, 해외 시찰에 나서는 등 해외 개발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도 중견업체들의 해외인력 채용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현진과 남광토건이 해외 인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도 우남건설이 해외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중견업체들의 해외진출 시도는 바로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들어 갈수록 올라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공영개발을 전 공공택지로 확대한데 이어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 여타 규제도 업체들의 사업에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기 때문. 여기에 현재와 같은 분양 양극화 현상이 잇따를 경우 분양성공을 장담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도 자금력이 탄탄하고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중견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 공공과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 중 대형사업은 모두 시평순위 20위 권의 대형업체가 독식하고 있는데다 참여정부 들어 본격화된 BTO사업 등은 자금력이 약한 중견업체가 수주하기 어려운 만큼 중견업체들이 설자리는 더욱 줄어가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형업체의 경우 주택사업 수주는 거의 하지 않고 주로 대형 도급공사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도급공사는 모두 대형업체들의 몫이되고 있어 중견건설업체들로선 당연히 해외 개발사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즉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중견건설업체들의 해외개발 러시는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이야기다. 지난 70년대 후반 중동 러시처럼 '장미빛 전망'을 바라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게 최근의 중견건설업체들의 해외개발 러시인 셈이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해외개발사업이 반드시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GS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금호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활발한 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들 대형업체들도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는 등 말 그대로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의 개발사업이 계획처럼 쉽지 많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중견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런 만큼 해외개발 준비과정도 업체들의 의중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 실제로 해외개발인력을 채용하는 업체의 경우 20명 이상 인력을 확보해 해외시장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사업계획이 없는데다 '쓸만한' 인력을 찾기도 어려워 인력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건설 업체 관계자는 "해외개발사업은 중견업체들로서 사업 확장이 아닌 사업 유지를 위한 모색인 셈" 이라며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해외개발사업이 국내 건설업계의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