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한편 청년실업은 경제를 실업과 불황의 악순환에 빠뜨린다. 구매력이 높은 청년들의 실업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소비 위축은 경기불황을 심화시킨다. 그러면 경기불황은 다시 청년실업을 증가시킨다. 이런 악순환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는 침몰의 수렁에 빠진다. 더 나아가 청년실업은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술혁신, 상품개발, 미래 산업 발굴 등이 어렵다. 이는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지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치명적이다. 심한 경우 우리 경제는 남미 경제처럼 후진국 경제로 추락할 수 있다.
청년실업이 악화일로에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경제위기가 청년실업을 양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출이 곤두박질하고 대내적으로 가계부채의 증가 때문에 내수는 빈사 상태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업들이 부실화하자 신규 고용창출이 극히 부진하다. 다음 산업구조의 편중이 문제이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들의 수출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출을 늘리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기계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들은 공장의 해외 이전을 서둘러 아예 국내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독과점 행위로 설 자리가 없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임금격차가 계속 커져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대기업의 정규직에 비해 40%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근로시간도 과다하여 정규 취업을 하면 대부분의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의 과잉노동에 시달린다. 이에 따라 경제 전체적으로 고용률이 떨어지고 노동효율성이 낮다. 더 나아가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심각하다. 공기업과 대기업 등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연간 16만 개 정도이다. 이에 반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오는 학생 수는 연간 4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산업수요와 노동공급의 불일치가 심하여 중소기업의 60%가량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 회복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신산업 발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또한 기업구조를 개혁하여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산업발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기계 대신 사람이 일하는 미래형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노동시장도 올바르게 개혁하여 양극화를 해소하고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을 감안하여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여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청년들에게 스스로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업들은 연구부서, 개발부서, 혁신부서 등 미래 발전을 위한 조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청년을 대거 투입하는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 청년들의 보수는 성과에 따라 지급하면 된다. 이에 대한 조세와 금융지원 등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그러면 청년들은 창의력을 동원하여 스스로 기업을 일으키고 자기발전을 하는 경제주체로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필요한 것이 직업훈련과 교육제도의 개혁이다. 기업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누구든지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실업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경쟁력을 갖춘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한 절대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