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권하는 사회

입력 2007-05-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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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1920년대 시대상을 그린 빙허(憑虛)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마지막 대목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편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유학파 지식인으로서, 뜻을 펼 수 없는 시대상황과 동료식자층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으나 어찌해보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무능을 탓하며 술로 일상을 보내며 자신에게 술을 먹인 것은 다름아닌 조선 사회(社會)라고 장황한 수사(修辭)를 섞어 넋두리를 한다. 그러나 세상물정에 어두운 아내는 많이 배우고도 뜻을 펴지 못하는 남편의 심정을 어렴풋이 짐작은 하면서도 정작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사회’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남편 등 뒤로 사람인지 요릿집인지 모를 그 사회라는 것이 왜 우리 남편에게 자꾸 술을 권하느냐고 탄식을 내뱉는다.

요즘의 주식시장에 빗대어 보자면, 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이 강세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못지 않게 많은 전망들이 갖가지 위험요인을 들어 큰 폭의 조정 또는 약세전환, 나아가 증시 폭락 등 무시무시한 가능성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고수들의 조정 경고를 무시하고 내닫기만 하고, 글 꽤나 배웠다는 신중론자들만 ‘물’ 먹이고, 주식 없는 사람들만 ‘술’ 먹게 한다. 부동산이 그러더니, 이제 주식시장이 술 먹게 하는 양이다.

하지만 제로섬(zero-sum)인 파생상품 투자가 아닌 바에야 주가상승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시장참가자들을 행복하게 한다. 스님도 증권회사 객장에 나와 주식투자를 한다는 중국뿐 아니라 그야말로 전 세계가 온통 주식투자를 권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신흥경제의 고성장, 국내 경제의 재고순환 모멘텀 전환, 글로벌 긴축기조의 완화 가능성을 들어 1분기부터 주식 살 때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다. 물론, 현재의 주가상승국면은 이미 2003년 시작되어온 장기 상승국면의 연장선성에 있으나 2007년 1분기가 모멘텀 측면에서 중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즉, 2006년 상반기 주가조정과 하반기 완만한 회복국면에서 제기되어온 위험요인들이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긍정적인 펀더멘털 여건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시기에 따라 강도와 방향성이 달라지는 경기순환 요인을 빼놓고는 2003년 장기 상승국면에 들어선 이후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Ende gut, alles gut.)’는 독일 속담이 있다. 과연 우리의 판단에 위험은 없는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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