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개발도 요청…은행들 홍보와 수익 놓고 갈등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들어갈 은행이 빠르면 다음달 초에 결정될 예정이다.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은행 지점 개설을 위한 입찰의향서를 최근 받고 심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인천공항측에서 입점의 조건으로 막대한 금액의 대출과 개발권을 내걸어 문제가 되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입점은행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 23일 은행들로부터 입찰의향서를 받았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외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2개의 점포가 개설돼 있다.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 합병 전 인천공항에 지점을 개설해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2개의 점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백지상태에서 은행 입점을 입찰에 부치면서, 7개 은행의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입찰에 참여한 은행은 기존 3개 은행 외에 국민, 하나, 기업은행과 농협 등이다.
은행 입장에서 공항 입점에 선정되면 경쟁 우위라는 상징성과 함께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인천공항 입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공항지점의 환전 수수료는 운영비 등을 이유로 시중 지점들에 비해 훨씬 높게 책정돼 있는 등 인천공항 지점의 환전 수익이 은행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공항 입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을 앞두고 인천공항측에서 은행에 과다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공항이 입점은행에 요구한 조건은 두가지. 하나는 8000억원의 대출. 금리는 대출 시점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로 고정금리로 해달라는 것. 인천국제공항이 은행에게 '꺽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조건을 수용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인천국제공한 주변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에 대한 개발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은행이 직접 개발을 할 수 없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식으로 개발을 지원하라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 지역이 개발되지 않은 것은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며, 또 이 지역에 대한 개발권을 50년 동안 시행사가 갖게 되기 때문에 개발 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은행으로써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 22일 마감된 입찰의향서 제출에는 한국씨티은행도 참가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측은 이번 공항지점 입점을 위한 점수를 총 1000만점에서 여신 가능 여부에 100점, 공항 인근 개발 제안서 190점 등을 배정했다. 사실상 은행의 제안서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에서 이 두가지 조건을 들어주느냐가 입점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인천공항의 채점 항목에는 공항에 대한 기여도도 있어 기존 3개 은행은 사실상 재입점에 유리한 상황이어서 한 자리를 놓고 4개 은행이 싸우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이러한 수익을 무시한 인천국제공항측의 무리한 조건과 대외 이미지 홍보라는 점을 놓고 갈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