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증시포인트]금강산 주가에 올라보니

입력 2007-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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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국내 증시는 소위 '금강산 주가(1638m)'의 정상에 올랐다. 중국의 긴축정책도 '약발'이 없었고, 6000억원이상의 프로그램 매물도 거뜬히 소화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조정론'을 내놓는 게 '기우'로 해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조정론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한숨 돌린다.

1640선 등정이라는 '사상 최초'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해 상승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쏟아지고 있다. 미 경기 둔화 우려 불구하고 유럽, 아시아 등 경제 성장축 다변화, 유동성 환경 지속, 글로벌 M&A가 기업가치 재평가에 기여, 중국 본토주식투자 열기 등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증시가 나름대로의 '내공'도 갖추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4.3% 늘어나며 2005년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분기에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5.4%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전일에는 외국인마저 매수세에 동참하며 최근 코스피 상승이 '비이성적인' 개인투자자들만의 과열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호재속에 묻힌 악재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조정다운 조정'이 없다는 것이고,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며 미수거래를 대체한 신용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오던 미국 다우지수가 이틀째 조정을 받고 있고, 전일 중국 상해 B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도 상승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시장은 이틀째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는 이틀째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나스닥지수는 6년래 최고수준에 근접했다. 국내증시에서도 삼성전자가 모처럼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IT주의 부각이 조정의 임박을 의미하는지, 또다른 주도주로 역할할지 증권사들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산 중턱에서 정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일단 장비를 재점검하고 적절한 등반 타이밍을 노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다음은 23일 국내증권사들의 시황코멘트 요약이다.(괄호안은 헤드라인)

▲삼성증권 황금단(1600시대의 안전진단)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및 유동성, 하반기 내수회복 기대감 등 우호적 증시환경하에 기업실적까지 뒷받침 된다면 주가는 기존 상승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5.4%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낙관이 시장을 지배하며 어떤 재료이건 좋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상승에 과도하게 도취돼 간과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는 5.15%까지 오른 금리와 767원까지 물러난 원/엔 환율, 끝도 없이 떨어지는 D램가격과 다시 상승하는 국제유가, 개인들의 외상거래가 4.2조원을 넘어선 점과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차익실현 움직임으로 소폭의 자금유출이 발생한 점 등이다. 단기적으로는 2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업종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가반영이 덜 된 보험, 증권, 제약, 자동차 및 부품등을 접근해 볼 만 하다.

▲신영증권 김세중(거북선 타고 금강산 정상에 올랐다)

-거북선은 현대중공업이 대표하는 중국관련주로 주가가 금강산(1638m) 정상에 올랐음을 나타낸다. 장기적으로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15%이상의 안정적 성장을 보일 것이나 우리는 등정 속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급등한 중국증시가 대형 버블을 만드는 중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연일 상승하는 주식시장이 이를 '지나친 기우'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상에 거의 도달한 시점에서 상승의 탐욕보다 '조정의 안전운항'을 선호한다. 단기조정 시황의 근거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등, 개인들의 신용잔고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거래량 증가, 중국 상해 B증시의 급락을 꼽고 있다. 긴축소식에도 요지부동이던 중국증시가 상승세에 대해 자체적으로 급등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백두산을 보기전에 발 아래 골부터 확인하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유지하고자 한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현 증시 상승의 본질적인 에너지는?)

-현 증시를 움직이는 본질적인 에너지는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에 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글로벌 펀드의 자산배분에 중국 뿐아니라 한국도 일정부분 차지하며, 외국인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이라는 종목을 좀 더 늘려볼만한 주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더 사려면 '싸고 좋아보여야' 할텐데 현재 국내증시는 충분히 그렇다. 코스피지수의 단기급등에도 불구하고 PER(주가수익비율)은 이제 장기 고점을 벗어난 정도다. 아시아 시장과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코스피 절대 상승폭에만 근거해 과열을 논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조정없는 랠리가 주는 부담은 주식매수자보다 매수타이밍을 놓친 대기매수자가 크다. 가격 부담이 낮고 모멘텀이 생긴 업종(반도체, 건설, 금융업종)에 대한 압축매매 전략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

▲한양증권 홍순표(국제유가 상승과 전략경제회담의 불확실성)

-국내증시가 중국발 악재해소,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 등 대내외 여건 개선으로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나 과매수 부담 확대에 따른 상승 속도조절이 예상된다. 상승 속도 조절 요인으로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판단되던 65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를 꼽을 수 있다. 또 22~23일(미국시각)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제회담(SED)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 12월 회담과 달리 과매수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의 추가적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며 긴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부각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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