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또다시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1원 오른 1214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4일 9.4원 급등 마감한 이후 4거래일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시장 참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1207.5원에 장을 시작한 환율은 장 초반 1209~1210원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장 중반 들어서 홍콩 항셍지수가 7년 만에 8000선이 붕괴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불안해지자 위험회피 심리가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71% 하락했고, 코스피는 2.34%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 기조가 이어진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4%로 예상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성장 둔화,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장 후반 1210원 선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까지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며 "국제유가 급락, IMF 성장률 하향, 홍콩 항셍지수가 급락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1200~1230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 한 외환딜러는 "시장의 연속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원·달러 환율은 1105~1215원 박스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완화해줄 재료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위험회피 국면을 만들었던 이슈들이 다시 불거지면 시장의 투자심리를 지속적으로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