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규제로 ‘주택할부’ 존폐 위기

입력 2007-05-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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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할부 특성 고려해야”…당국, “리스크 차원에서 통제 당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금년 초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DTI, LTV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할부금융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하게 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주택할부금융이 감독당국의 DTI, LTV 규제로 인해 대출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17일 할부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금감원에서 2금융권에 대해서도 LTV, DTI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금융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영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2월 이전까지 여신금융사들은 일반 주택할부대출과 관련해 LTV는 지역과 주택가격에 따라 50~70%를, DTI는 은행권과 동일한 40%를 적용해 왔지만, 주택할부금융에 대해서는 이를 규제하지 않았다.

이는 ‘주택할부금융’이라는 상품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당사자간 거래가 아닌, 할부금융사에서 주택을 매입해 이를 소비자에게 되파는 3자간 거래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5일 금감원의 지도방침에 따라 투기지역 내 아파트담보 주택할부금융 취급 시 LTV를 다른 비은행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50~60% 이하로 적용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새로 구입할 경우에도 주택할부금융의 DTI를 40% 이내로 적용하게 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가 주택할부금융 쪽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할부금융사들은 주택금융할부와 은행의 대출은 다른 상품으로 주택할부금융의 영업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할부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여러 업무 중 부수업무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할부금융업을 본업을 하고 하는 여전사는 영업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리스 및 할부금융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으로 주택할부금융의 실적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할부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여전사가 설립되는 등 이 시장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그러들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 주택할부금융사의 경우 지난해에는 월간 200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으나 계속된 규제로 금년 1월에는 2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감독당국의 주택할부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2월 이후에는 대출 수요를 거의 찾지 못하고 있다.

할부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및 감독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획일적인 규제정책으로 인해 주업무 취금제한 비율이 없는 금융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무리한 조치로 주택할부금융업무를 본업무로 수행하는 할부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전업계는 이에 따라 주택할부금융에 대해서는 LTV 규제보다는 회사별 총액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회사 및 실수요자에 대한 리스크 문제는 총액 규제로 충분하다는 것.

또한 주택할부금융을 이용하는 사람은 투기보다는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있는 상품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할부금융사의 ‘주택할부금융’ 상품은 인정하지만 전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통제 차원에서 이를 차별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규제로 인한 어려움과 함께 실질 영업에 있어서도 은행ㆍ보험 등과 차별이 발생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LTV, DTI 적용은 은행, 보험 등 여타 금융권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순위채권과 소액임차보증금에 대한 영업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인 모기지신용보험(MCI) 상품을 내놓고 이를 은행과 보험에만 가입을 허용하고 할부금융사에 대해서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CI는 보증보험의 보증을 활용해 대출한도를 높여 더 많은 대출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결국 MCI를 이용하면 소액임차보증금(방 하나다 1600만원)을 차감하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 이를 할부금융사에는 판매하지 않아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쟁력이 더욱 상실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감정가 1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금융공사를 이용할 경우에는 LTV 70%와 소액임차보증금을 미차감하고 7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은 LTV 60%와 소액임차보증금 미차감으로 6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할부금융사는 MCI가 불가능해 소액임차보증금이 차감돼 LTV를 60% 적용하고도 4400만원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할부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과 달리 할부금융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서울보증보험에서 MCI 가입을 꺼리고 있어 대부분 할부금융사들이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할부를 포기하고 있다”며 “결국 주택할부금융이라는 상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극히 일부 할부금융사를 제외하고는 MCI 가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협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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