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이너스 옵션 분양제는 '졸속 덩어리'

입력 2007-05-16 19:35수정 2007-05-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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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플러스 옵션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각 항목에 대해 자세히 써준 마이너스 옵션제를 시행하게 된다.

건교부는 마이너스 옵션제가 대학교수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의 검토에 따라 확정됐다고 밝혔지만 산고(産苦)끝에 태어난 마이너스옵션은 뜻밖에 졸속에 가까울 정도로 빈틈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마이너스 옵션의 시작점이 되는 기본 옵션에 대해 명백한 기준이 없다. 플러스 옵션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만큼 기본 옵션은 말그대로 모든 품목을 다 갖춰야 한다. 물론 건교부는 이에 대해 기본 건축비가 상정되는 7월 시행령에서 기본 옵션 품목을 하나 하나 지정해줄 요량이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정책. 우선 주택건설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진보는 시장 일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해나가는 건설업계가 주도한다. 즉 정부가 알 수 있는 옵션 폼목은 최근까지 나온 품목에 불과하다. 앞으로 업계가 개발할 품목은 정부의 시행령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

이 경우 분양가 인상요인이 되더라도 주택생활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품목을 업계가 개발하더라도 건교부가 기본 옵션으로 인정치 않는다면 이는 절대 적용될 수 없게 된다.

특히 기본 품목을 시행령을 통해 확정해버리려는 건교부의 심산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갈 품목이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굳이 정부가 기본 옵션과 가산비를 통해 옵션 품목을 제한한다면 결국 아파트 수요자는 정부가 인정하는 옵션만 끼고 살라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업계는 분양가 인상요인이 되지만 분양가를 올릴 수 없는 만큼 고스란히 회사측의 부담으로 남게 될 신기술 개발에 치중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면 업계에서 말하는 그대로 '아파트의 전반적 품질 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건교부는 시공상 애로사항이 있을 것을 우려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는 당첨자와 풀 옵션을 선택하는 당첨자들을 서로 다른 군(群)으로 그룹화해 시공할 것을 허가했다. 이 경우 입지와 조망 등 단지 내에서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동(棟)은 모두 풀옵션을 선택한 당첨자에게 돌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도 업체는 아파트 분양시 대형평형 등 분양가가 높은 세대는 모두 로열 동에 배치하고 있다. 심지어 주상복합에서는 조망이 좋은 동은 분양가도 높게 책정하고 있다. 또 동일 평형이라도 동의 위치에 따라 수천만원 씩 프리미엄이 다른 것을 감안하면 돈 1000만원 가량을 아끼려고 굳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당첨자는 많지 않을 것은 재삼 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건교부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분양가 인하효과를 내기 위해 졸속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즉 개정안에서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당첨자는 많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가 바라는 분양가 인하효과 역시 초기 분양가 인하에만 머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즉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당첨자는 필요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추가해야하지만 이 경우 자체 공사비용이 더 커 종합적인 분양가는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 길진홍팀장은 "대량 공사시 공사비 저감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는 경제원칙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옵션제의 분양가 인하 효과는 사실상 찾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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