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으로 3000번 자기매매…무더기 적발

입력 2016-01-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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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차명 계좌로 불법 주식 자기매매를 한 증권사 임직원들이 금융감독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일임 받지 않은 고객 자산으로 수천번 주식을 사고팔아 수수료 수입을 올리거나 불완전판매를 한 비위 사실 등도 드러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미신고 계좌나 차명 계좌로 몰래 주식 거래를 한 KTB투자증권, 한양증권, 동부증권의 임직원 18명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KTB투자증권이 14명, 한양증권과 동부증권이 2명씩이다. 위법 행위 수준별로 정직, 감봉, 견책, 주의,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특히 불법 자기매매 연루자가 가장 많은 KTB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기관 과태료 3750만원이 따로 부과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권회사 임직원들은 반드시 신고한 한 개의 자기 계좌에서만 주식 거래를 해야 한다. 거래 내역도 월간 또는 분기마다 소속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KTB투자증권 소속 과장 A씨 등 14명은 타 증권사에 본인 또는 타인 명의 미신고 계좌를 개설하고 상장주식이나 코스피 200 옵션 등을 매매했다.

한양증권 본사 이사대우 B씨도 2010∼2012년 자기 회사에 타인 명의 차명계좌를, 타 증권사에는 본인 명의 미신고 계좌를 각각 만들어 놓고 최대 원금 9억원으로 55개 주식 종목을 사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 매매 횟수를 하루 3회, 월 회전율을 500%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자기매매 근절 방안’을 마련해 시행을 예고했다.

해당 방안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업계 전반에 대한 기획 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관련 혐의자를 대거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불법 주식 거래 외에 다른 불법, 비위 행위도 다수 포착돼 제재를 받았다.

한양증권의 한 지점 직원은 2010년 12월 23일부터 2011년 9월 30일까지 176일 동안 고객 돈으로 3602회나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고객과 일임계약을 따로 맺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부증권 지점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억원어치의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투자 성향 파악 등 법률상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완전판매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상환을 못 하면 국가에서 갚아주는 국가 보증 채권이다”, “원금 깨질 일은 100% 없다”는 식의 거짓 설명으로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동부증권 직원에 대한 개인 징계 외에 회사에 대해서도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또한 동부증권이 한 자산운용사에 판 담보부 사채 가격이 하락하자 손실을 보전해준 행위에 대해서도 기관주의 조치했다.

KTB투자증권에서는 고유재산 담당 직원과 일임재산 담당 직원이 거래용 아이디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증권사의 고유 재산과 고객의 일임 재산을 운영할 때 상호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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