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명동 은행회관서 만나 1시간 15분 동안 회동…수출 우려 등 경제 상황 논의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1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상견례를 겸한 오찬회동을 가졌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취임 첫 현장방문지로 경기 평택항을 방문한 후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치른 바로 다음날이었다.
오전 11시 57분 이 총재가 오찬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보라색 바탕에 하늘색 격자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상기된 표장으로 등장했다. 취재진에게 "다 오셨네"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낸 후 오찬이 마련된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유 부총리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전 11시 59분에 유 부총리가 오찬 장소에 들어섰다. 금색 바탕에 흰색 격자무늬 넥타이를 맨 유 부총리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이 총재와 악수를 나눴다.
이들의 첫 대화 소재는 이날 오전 평택항을 다녀온 유 부총리의 일정이었다. 유 부총리는 "수출이 어려우니까 평택항부터 가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며 "평택항에 가보니 수출 걱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으로 눈을 돌리면 수출이 7.2% 감소되고 하니 걱정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총재는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총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이 총재는 "BIS에 계신 분들은 한국 경제가 괜찮다는 평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모임을 정례화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안 만나면 안 만난다고 뭐라고 하고, 자주 만나면 무슨 꿍꿍이냐고 야단치는거 아니냐"며 웃으며 답했다.
이날 유 부총리와 이 총재의 오찬 메뉴는 한우등심스테이크로, 칠레산 와인도 곁들였다. 당초 이 총재가 식사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으나, 두 사람이 반반씩 비용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 15분 정도 이어진 회동이 끝나고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웃으며 식당을 나왔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상황과 이 총재가 최근에 국제결제은행(BIS)에 다녀온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 총재가 어려운 시기에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맡아 어깨가 무거우시겠다"고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상황이 안좋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총재는 "며칠 전에 BIS에 갔다 왔는데 한국경제 경기회복세가 약하다는 얘기에 대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없다는 얘기를 부총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성장률로 보면 미국 다음에 한국이라고 하니깐 그런 의미에서 나온 얘기(한국 경제가 괜찮다는 것)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운용 방향에 대해서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정기적인 만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부총리는 "정기적인 만남은 한 번 생각해볼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