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동주공제’는 ‘동반성장’이다

입력 2015-12-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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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2015년과 2016년의 경영환경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각각 ‘불요불굴(不撓不屈)’과 ‘동주공제(同舟共濟)’로 정했다. 중소기업인들이 경영환경 사자성어로 꼽은 불요불굴로부터는 ‘강한 의지’가, 동주공제에서는 ‘동반성장’에 대한 그들의 절박한 요구가 읽힌다.

불요불굴은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견디었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수출 감소,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침체 등의 위기에도, 2015년을 꺾이지 않는 의지로 헤쳐왔다는 중소기업인의 자부심과 강한 의지가 들어 있다.

거기서 나는 희망을 본다. 양극화와 저성장, 청년실업, 복지, 가계소득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좋은 일자리 창출’에 있고,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의 성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회의 ‘2015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의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5년간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 증가의 85.9%인 195만4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반면 대기업의 고용 증가 인원 비중은 생산액 비중이 46~47%에 이르면서도, 14.1%로 32만1000명에 그쳤다.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업을 포기하지 않는 중소기업인들의 불요불굴의 ‘기업 하려는 의지’에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16년의 경영환경을 표현한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는 뜻으로 손자(孫子)에서 유래된 말이다. ‘함께 힘을 모아 고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다. 이것은 국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과 대기업을 향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자는 ‘동반성장’ 요청의 다른 표현이다.

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대기업의 원가절감 강요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제조 협력업체의 경영 성과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5.7%에서 2013년 13.8%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협력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에서 4.2%로 오히려 낮아졌다. 협력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하다.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이후 평균 9%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비계열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계열 부품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부분의 재벌 대기업 하청업체 현황도 이와 비슷하다. 대기업 이익을 보장하다 보니 1차, 2차, 3차 협력 하청 중소기업의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을 낮추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게 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위축시켜 종국에는 중소기업의 파트너인 대기업의 경쟁력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대·중소기업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굳어지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중소기업인이 2016년의 경영환경을 ‘동주공제’로 정한 것은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이익에서 중소기업이 기여한 만큼의 몫은 돌려달라는 절박한 요구이다.

한국경제는 작은 돛단배가 아니고 세계 15위권 규모의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은 돛단배와 달리 빠른 방향 전환이 어렵다. 돛단배처럼 일시에 방향 전환을 시도하다가는 침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방법이 ‘동반성장’이다. 중소기업인들은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재벌 대기업에 ‘동주공제’인 동반성장을 요청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재벌 대기업이 이에 적극 응답할 차례다. 물론 야당에도 해당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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