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대상을 받은 이유와 의미는?
“굉장히 기쁘지만 수상에 큰 의미는 두지 않겠다. 여전히 제 방송 방식에 대해 동의를 하고 있지 않고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다. 과거에 했던 잘못들은 평생 반성하고 사죄해야하는 부분이다. 방송의 문제적 인물인데 대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시청자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스타’ 내게는 심장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마리텔’, ‘복면가왕’, ‘세바퀴’, ‘능력자들 ’ 기억해 달라.”
수상소감도 그다웠다. 실로 파란만장했다. 그가 29일 열린 ‘2015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한 대상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데뷔이후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물리적 시간에 수놓아진 그의 굴곡진 연예활동이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김구라(45)다.
1993년 SBS 공채 2기 개그맨으로 출발했다 오랜 무명생활로 고통을 받다 인터넷 방송을 하며 독한 혀를 가진 연예인으로 각인됐다. 그리고 그가 다시 지상파TV에 진출해 거침없는 독설과 논리적 입담으로 예능 트렌드를 이끌며 예능스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는 또 한번 바닥으로 추락했다. 과거에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의 발언이 보도되며 순식간에 추락했고 그의 존재기반이었던 방송마저 떠났다. 그리고 방송활동을 재개하며 많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섰으나 유재석이라는 톱스타의 벽에 막혀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29일 영광의 대상을 수상했다.
김구라는 우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독특한 대체불가 진행 스타일을 보이는 예능 스타다. 대상과 현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분석, 지속적인 공부 등을 통해 대상과 현상에 대한 적확하면서도 논리적인 직설, 촌철살인적인 멘트 그리고 풍부한 자료와 사실을 예시와 근거로 한 독설, 다수의 사람들이 체면과 내재화된 검열 장치에 의해 하지 못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 예능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스타가 바로 김구라다.
김구라의 독설과 거침없는 언변은 단순히 독설을 위한 독설이 아닌 근거와 논리를 갖춘 날카로움이 있어 적지 않은 시청자가 공감을 했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차마 표현하지 못한 것, 의식하지 못했지만 듣고 나면 속 시원함을 느끼게 만드는 강점을 발휘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물론 김구라가 대상 수상소감에서 밝혔듯이 막말과 독설로 인해 시청자의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하는 진원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철환 아주대교수는 “사실 눈 감고 들으면 김구라의 말은 독설보다 직설에 가깝다. 너를 낮추어서 내가 올라간다는 게 아니라 약점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의 가면을 벗겨 더불어 편안해지자는 게 구라식 화법이다”라고 분석했다.
MBC 연예대상은 그의 파란만장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잡초같은 질긴 생명력과 함께 대체불가 진행스타일로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라디오스타’ ‘능력자들’ 등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공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김구라는 올 한해 가장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창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예능 프로그램의 지평을 확장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복면가왕’에 고정 출연하며 생소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조기에 안착하고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성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대상 수상의 큰 이유다.
‘마리텔’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과 TV방송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포맷을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백종원 등 전문가들이 주로 출연했던 ‘마리텔’에서 예능스타 김구라는 관심을 촉발시키고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음악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혼합한 음악 버라이어티‘복면가왕’ 에서는 복면 출연가수에 대해 때로는 촌철살인의 멘트나 의외적 발언을 해 음을 유발하고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프로그램 높은 인기를 견인했다. 여전히 화제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라디오 스타’에서도 김구라의 최대 경쟁력인 거침없는 입담과 토크실력을 과시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구라의 빛나는 점은 독보적인 진행 실력뿐만 아니다. 대상을 수상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많은 출연자를 뒷받침해 스타로 부상시킨 것도 한몫했다. 김구라는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백종원 서장훈 김성주 등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스타 메이커로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도 펼쳤다. 김구라는 함께 출연하는 예능 MC와 게스트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파악해 그에 맞는 최적화된 멘트나 리액션을 구사해 동료 MC나 게스트들의 장점은 돋보이고 단점을 가려지며 이들이 예능 대세나 스타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김구라가 10년 역사를 자랑하고 그것도 시청자의 가장 견고하면서 열띤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누르고 2015년 MBC 연예대상을 거머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