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지주社 전환…글로벌 ‘톱10’ 준비완료

입력 2007-05-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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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故 서성환 회장, ‘태평양화학공업’ 설립 기틀 마련

자산 2조7000억원, 국내 9개 계열사 둔 재계 45위로 성장

기업분할로 지주회사-태평양, 사업-아모레퍼시픽으로 양분

서경배 사장 태평양 지분 56% 소유 확고한 지배기반 갖춰

국내 회장품 시장 1위의 태평양그룹이 ‘지주회사(Holding Company)’ 체제로 변신했다. 지난 3월28일 지주회사 전환을 신청하고, 지난달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지주회사 체제는 대그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열사간 순환출자구조에서 벗어나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연결되는 수직구도를 통해 경영 투명성 및 효율성 향상, 기업가치 상승 등을 꾀한다.

태평양그룹은 지난 2005년 9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오는 2015년 세계 10위의 화장품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주회사 체제 출범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톱 10’으로 도약하기 위한 견고한 기반 조성의 일환이다.

◆ 9개 국내 계열사 매출 1조6500억, 순이익 1930억원

태평양그룹은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30년대 개성에서 모친 윤독정 여사와 함께 화장품 제조업으로 기틀을 마련한데서 비롯됐다.

서 회장은 국내 화장품산업의 개척자이자 수호자였다. 1945년 9월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설립한 뒤 최초 고유브랜드 ABC를 탄생시켰고, 1959년 태평양화학공업사를 법인으로 전환,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아모레아줌마’ 선풍을 일으키며 도입한 화장품 방문 판매제도는 국산 화장품이 외국 제품의 공세를 막아내는 방패역 할을 했다.

1980년대 들어 태평양은 생활용품 사업 및 녹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생활문화기업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사업다각화를 펼친 결과 1991년에는 계열사가 24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현재는 태평양을 비롯, 아모레퍼시픽, 퍼시픽글라스, 장원, 태평양제약, 태평양개발, 아모스프로페셔널, 에뛰드, 태신인팩 등 9개 국내 계열사(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를 두고 있다. 또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14개 해외 현지법인 및 투자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자산 기준으로 발표(200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한 재계 순위 45위(2조7000억원, 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9개 국내 계열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1조6500억원, 순이익은 19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시장점유율 34% 독보적 입지

태평양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의 지주회사다. 지난달 28일 지주회사 전환 신청을 완료하고 지주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주식 소유를 통해 국내 사업 계열사를 지배한다는 순수지주회사로 투자 사업부문만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1조370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98억언, 1408억원에 이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태평양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태평양의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사업부문이 분할해 지난해 8월 설립됐다. 태평양그룹의 사업 주력계열사인 셈이다.

매출의 80.2%를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부문은 설화수, 헤라 등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의 34.2%(아모레퍼시픽 추정)에 이를 만큼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프랑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은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성장 엔진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라네즈’가 백화점 채널을 중심으로 아시아 리딩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고, ‘마몽드’는 전문점 채널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프랑스 시장에서는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롤리타 렘피카’는 프랑스 향수시장의 리딩 브랜드로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태평양, 아모레 등 6개 자회사 거느려

미국에서는 ‘AMOREPACIFIC’ 브랜드가 버그도프굿맨, 니먼마커스 등 고급 백화점에 입점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일본에 진출, 도쿄의 이세탄백화점과 오사카의 한큐 백화점에 입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1조1135억에 이르고 태평양에서 분할 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매출 7114억원, 영업이익 962억원을 기록했다.

태평양제약은 관절염치료제로 잘 알려진 케토톱(매출비중 34.5%)과 위염치료제 판토록(10.1%)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2005년 대비 16.8% 증가한 1224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20.9% 늘어난 150억원을 달성했다. 2001년 이후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448억원인 태평양개발은 1976년 설립된 건설업체다. 지난해 매출 950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할 만큼 알짜 계열사에 속한다.

지난 4일에는 태평양의 유리병 제조ㆍ판매와 녹차 재배ㆍ판매 사업부분이 각각 분할돼 퍼시픽글라스와 장원이란 계열사가 새로 생겼다. 이밖에 에뛰드(화장품 제조판매), 아모스프로페셔널(헤어제품 생산), 태신인팩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서경배 사장, 2세 경영인 중 성공한 CEO 평가

지주회사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이하 지분율 35.30%, 보통주 기준)을 비롯, 퍼시픽글라스(100%), 장원(100%), 아모스프로페셔널(100%), 에뛰드(74.24%), 태평양제약(58.01%)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태평양개발과 태신인팩 등 2개 국내 계열사는 태평양의 지주회사 체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다. 주요 해외법인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배하에 있다.

그룹 오너의 지배구도 측면에서는 한마디로 지주회사인 태평양에 대해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면 그룹 전체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도다.

태평양그룹 지배주주인 서경배(44) 태평양 사장은 태평양의 최대주주로서 55.70%에 달하는 지분을 소유하며 쉽사리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는 견고한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68.61%에 달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MBA를 취득한 서 사장은 1988년 태평양 경리과 과장으로 입사,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영전반에 대한 수업을 받은후 1997년 부친인 고 서성환 회장에 이어 ‘경영 대권’을 물려받았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태평양 기조실장을 맡으면서 야구단과 농구단을 없애고, 패션사업에 손을 떼는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서 사장은 IMF 경제위기를 거쳐 외국산 제품의 공세 속에서도 국내시장에서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2세 경영인 중 가장 성공한 CEO 중 한명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서 사장은 태평양 보통주 지분 외에 우선주 13.50%,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0.72%, 태평양제약 0.30%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태평양개발은 태평양그룹의 ‘우산’안에 있기는 하지만 친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립법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서 사장의 나이가 44세인 만큼 후계 구도를 언급하기는 너무나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자녀들은 태평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서 사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와 결혼해 두 딸 민정(16)ㆍ호정(12)양을 두고 있다. 민정 양은 태평양 우선주 지분 26.48% 및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0.01% 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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