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린 문화팀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클럽에서는 영화 ‘스타워즈’ 팬 이벤트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도 참석했다. 이 행사를 가지 않았던 기자는 오랜만에 연락한 선배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 영화사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는 그날 행사에 온 기자들의 명함에서 ‘이투데이 오예린’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고, 반가운 마음에 그 번호로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엉뚱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선배가 보여준 명함은 휴대폰 전화번호와 이메일만 다를 뿐 실제 회사 명함과 비슷했다.
사실을 알고 곧바로 해당 번호로 연락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자, 몇 분 후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 여성은 “한 번만 하고 더는 절대 하지 않으려 했다. 용서해 달라. 오빠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철없는 행동을 했다”면서 잘못을 빌었다. 처음에는 철없는 어린 팬인 줄 알았지만, 통화하면 할수록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팬들 때문에 인기 있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행사는 늘 취재진 확인 절차가 까다롭다. 이른바 ‘홈마(아이돌 홈페이지 마스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기자를 사칭해 행사에 잠입한 뒤 고성능 DSLR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 또 다른 팬에게 판매한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 팬들의 사랑이 도를 넘을수록 그 비난은 결국 아티스트에게로 향한다. 진심으로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팬이라면 ‘과유불급’이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