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협력업체와의 독점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사업을 가로채는 등 ‘갑질’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알리바바닷컴 전직 한국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29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알리바바닷컴 전직 한국대표 배모(48)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와 공모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정보를 빼낸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모(41) 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로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알리바바닷컴 부사장 티모시 륭 씨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판사는 “계약상 3개월 전 해지통보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알리바바의 계약해지 자체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문제는 계약해지 통보 이전에 배씨가 유씨 등과 (협력업체와 경쟁관계인) 회사 설립 등을 협의한 것을 배임으로 볼 수 있느냐인데, 당시 동종회사가 실제 세워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에 손해가 가해졌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하는데, 협력업체와 같은 업종의 회사 설립을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손해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강 판사는 “(협력업체인)이상글로벌은 수차례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했는데, 과연 배씨의 행위가 없었다면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배 씨는 2012년 알리바바닷컴의 국내 판매대리점 사업을 독점 계약한 협력업체 ‘이상글로벌’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새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알리바바닷컴은 1999년 중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사이트다.
애초 이상글로벌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2월31일까지 알리바바닷컴의 국내 회원 발굴과 무역업무 등을 독점적으로 맡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2년 배씨가 이 회사의 마케팅 방식 등을 문제삼으면서 회사 대표와 갈등이 생겼고, 배 씨는 결국 이상글로벌에서 신규영업부 부장으로 일했던 유모(41) 씨와 협의해 회사를 따로 차려 이상글로벌이 담당했던 알리바바닷컴 관련 사업을 가져갔다.
검찰 수사 결과 유 씨는 회사 설립 과정에서 이상글로벌이 수년 간 수집한 고객정보 등을 이동식저장매체(USB)에 담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알리바바닷컴 대리점 가운데 실적 1위를 차지하는 등 흑자를 기록하던 이상글로벌은 알리바바닷컴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이듬해 3월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글로벌은 알리바바닷컴 부사장 티모시 륭 씨가 배 씨의 회사 설립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그를 검찰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