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가 좋다] ‘스크린골프계 박인비’ 최예지, “필에서도 ‘여제’ 소리 듣고 싶어!”

입력 2015-12-29 06:57수정 2015-12-2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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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최예지를 만나기 위해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조이마루를 찾았다. 그는 밝은 미소가 생활화된 꿈 많은 소녀였다. (오상민 기자 golf5@)

“핑! 퍽!” 둔탁한 이중 타격 음이 이른 아침 정적을 깨웠다. 스크린골프 임팩트 순간의 거친 타격 음이다. 요란한 타격 음은 일정한 간격으로 상당 시간 지속됐다. 거친 타격 음을 일으키며 스윙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주인공은 프로골퍼 최예지(20ㆍ온네트)다.

‘스크린골프 여제’, ‘스크린골프계의 박인비’라는 닉네임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최예지는 2014-2015시즌 WG투어(스크린골프 여자프로골프 투어) 6승을 달성하며 상금왕에 오른 스크린골프계 최고 실력자다.

특히 최예지는 지난 시즌 상금 1억4800만원을 벌어들이며 G투어(남자 투어)와 WG투어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 선수가 됐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순위와 비교하면 14위와 37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의 기록적인 우승 행진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섬머 3차 대회까지 우승이 없던 최예지는 4차 대회에서 첫 우승을 장식하더니 이어진 윈터 1차 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스크린골프 여제’다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현재 상금순위와 평균타수 부문 1위다.

화제의 주인공 최예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WG투어 대회장인 대전 유성구의 골프존 조이마루다. 시즌 종반으로 접어들며 흥미를 더하고 있는 WG투어는 최근 각종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회장에서 만난 최예지는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그는 스크린골프가 낳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비록 정규 투어는 아니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골프 여제’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스크린골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WG투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7세였던 지난 2012년이다. 당시 최예지는 골프존 관계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고 WG투어 출전을 결심, 첫 시즌부터 상금왕에 오르며 ‘스크린골프 여제’로 떠올랐다.

“스크린골프 프로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죠. 스크린골프라 해도 내가 내 몸을 쓰고 기술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이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어요.”

그는 스크린골프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스크린골프와 실전 라운드의 차이점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로 그 점이 ‘스크린골프 여제’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스크린골프계 박인비’로 불리고 있는 최예지.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정규 투어 진입과 필드에서의 우승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스크린골프에서 쇼트게임은 탄도로 읽기 때문에 높이 띄워야 해요. 퍼트는 라이를 잘 읽어야 하는데 실제 그린보다는 쉬운 것 같아요.” 스크린골프가 가진 특성을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친절한 답변이 이어졌다. 해맑은 웃음이 떠나지 않던 그의 얼굴이 어느새 진지한 모드로 바뀌었다.

그의 일상은 골프로 시작해서 골프로 끝난다. “오전에는 스크린골프로 몸을 풀고 오후엔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학교(광운대 생활체육학과)를 다녀야하기 때문에 필드 대신 스크린골프를 많이 활용하죠.” 그리고 좀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올해 (KLPGA) 정규 투어 대회를 뛰면서 느낀 점이지만 쇼트게임과 체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그의 답변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필드에서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이 아닐까.

그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투어(2부) 18개 대회에 출전해 14차 대회 2위 포함 톱10에 3차례 진입하며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나 컷 탈락도 7차례나 당해 기복 없는 플레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6월에는 롯데 스카이힐 여자오픈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로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하며 WG투어 상금왕다운 위용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종 3라운드에서는 5오버파를 치며 무너졌다. 역시 쇼트게임과 체력이 문제였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화제를 돌렸다. “골프 이외 다른 취미생활은 없나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대부분 프로골퍼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운동 외는 다른 걸 생각하고 즐길 틈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친구들 만나 수다 떠는 정도? 근데 요즘은 그런 평범한 일상도 그리워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집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해요(웃음). 그냥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요.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요즘에도 즐겨 읽어요.”

‘스크린골프 여제’의 일상은 소박하고 평범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필드에서의 꿈을 조금씩 실현해가고 있었다. “‘여제’ 소리가 좋기는 한데…. 필드에서 듣고 싶어요. ‘여제’ 소리…. 스크린골프뿐 아니라 필드에서도 우승하고 싶거든요.” 그가 꽁꽁 숨겨뒀던 한마디였다. ‘스크린골프 여제’의 소중한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둔탁한 타구 음을 일으키며 정적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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