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20일 狼狽不堪(낭패불감) 견딜 수 없을 만큼 낭패스럽다

입력 2015-12-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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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살다 보면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진퇴유곡(進退維谷)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그런 상황은 낭패스러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다. 즉 낭패불감(狼狽不堪)이다.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패(狽)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이다. 낭은 패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걷지 못한다.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 한다. 이 말은 중국 진(晉)의 정치가 이밀(李密)이 쓴 ‘진정표(陳情表)’라는 글에 나온다. 그는 촉한(蜀漢)의 관리였는데, 촉한이 멸망하자 진무제(晉武帝) 사마염(司馬炎)이 그를 태자세마(太子洗馬)로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번번이 고사했다. 그런데도 사마염의 부름이 끊이지 않아 난처해진 이밀은 자신의 처지를 글로 써서 올렸다.

“저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네 살 때 어머니가 외삼촌의 권유로 개가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저를 길러 주셨습니다. 저의 집에는 다른 형제가 없으며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도 없어 의지할 곳 없이 쓸쓸합니다.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오늘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연로하시니 제가 없으면 누가 여생을 돌봐드리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서 이밀은 “오늘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臣之進退 實爲狼狽]라고 말했다. 진정표는 5월 9일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이야기할 때 소개한 바 있다.

당황하고 낭패스러워 엎어지고 자빠지는 걸 전패(顚沛)라고 한다. 논어 이인(里仁)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군자는 밥 먹기를 끝내는 동안에도 인을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주 급한 때라도 꿋꿋이 인자해야 하고 엎어지고 자빠지더라도 그래야 한다.”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전패비휴(顚沛匪虧)는 6월 11일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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