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몰아친 회사채 시장…기업 자금마련에 전전긍긍

입력 2015-12-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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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좀비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기업들 잇따라 발행 연기 더 힘겨운 ‘보릿고개’

산업 구조조정 현안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회사채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기업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정부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비우량 기업의 신용경색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회사채 수요 예측은 한 건도 없었다. 연내에 회사채 발행 계획이 있는 기업은 오는 28일 올해 4번째 회사채를 발행하는 현대제철 한 곳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추거나 다른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당분간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연준이 내년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적절한 회사채 발행 시점과 다른 자금모집 방안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를 넘기고 내년 초 3000억원 안팎의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었던 대우건설은 아직 시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투자금 확보 수단으로 회사채가 아닌 영구채를 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신용이 우수한 대형 업체들까지 자금조달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 미매각이 속출하고 발행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현금상환이나 은행 대출 등으로 자금 모집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1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1000억원을 차환발행 대신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앞서 한화건설도 이달 만기인 회사채를 현금상환했고 대림산업은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 발행을 준비 중이었으나 투자자들의 기대 금리 수준이 높아 발행을 취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깜깜해질 전망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 시장을 크게 경색시킨 것처럼 내년에도 한계기업이 신용경색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16일 금융 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내년 1월 회사채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회사채 시장의 큰손인 연기금과 기관투자가 등의 투자기준을 완화하고 민간연기금 투자풀을 통한 회사채 투자대행 등으로 수요를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채권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기업의 신용도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더는 연기금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보다는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 등으로 채권 시장의 신뢰감을 회복해야 수요를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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