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전성시대] 점심시간ㆍ송년 모임 ‘원샷’ 대신 ‘티샷’… 스크린골프가 바꾼 풍경들

입력 2015-12-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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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캡션 : 스크린골프 붐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풍경들을 하나둘 바꿔놓았다. 송년 모임을 스크린골프로 잡는가 하면 점심 약속을 스크린골프에서 하는 샐러리맨들도 크게 늘었다. 사진=골프존(골프존)

“요즘 레슨 받는 사람들이 없어요.” 경기 분당에서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골퍼 이정열씨의 말이다. 스크린골프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레슨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골프 입문=레슨’이 공식처럼 여겨졌던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이처럼 스크린골프는 우리 사회의 당연한 풍경들을 하나둘 바꿔놓았다. 이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모든 티칭프로들의 필수 레슨 장비가 됐다.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를 통해 탄도와 구질, 스윙궤도 분석 등 복잡·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어 스크린골프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TV 레슨 프로그램에서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빠지지 않는다.

골프박람회 현장은 스크린골프 전성시대를 대변한다. 최근 수년 사이 골프박람회장에는 골프용품 브랜드의 출품은 줄고, 스크린골프 업체의 출품은 크게 늘었다. 마치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박람회를 연상케 하듯 많은 스크린골프 업체가 뜨거운 홍보전을 펼친다.

스크린골프로 인한 변화는 일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울 구도심인 중구와 종로구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크린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점심 약속을 음식점 대신 스크린골프로 예약하는 샐러리맨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크린골프와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시간 절약과 친목 도모 효과를 누린다. 송년 모임을 스크린골프로 대체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음주 가무로 대표되는 송년모임을 운동을 하며 건전하게 보내자는 취지다. 골프 관련 직종 종사자는 물론 일반기업 종사자들도 테마가 있는 송년회로서 스크린골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크린골프 활성화는 장기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골프용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크린골프만 즐기고 필드에 나가지 않는 ‘스크린족’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구입하거나 골프의류를 구매하는 등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크린골프 붐으로 인해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외골프 전문 여행사들이다. 겨울철은 해외골프 전문 여행사들에게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추운 날씨로 인해 해외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이 크게 늘어 연매출의 70% 이상이 이 시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스크린골프 붐과 함께 해외골프 여행객은 큰 폭으로 줄었다. 해외 골프장 대신 스크린골프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해외골프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병선(42)씨는 “스크린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예약 문의가 크게 줄었다. 해외골프를 즐기는 대부분 사람이 골프 비용에 민감한 만큼 스크린골프가 주는 매력은 적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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