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17일 亡羊補牢(망양보뢰)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

입력 2015-12-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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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거나 양 잃고 우리를 고치는 건 어리석은 일일까. 망우보뢰(亡牛補牢)든 망양보뢰(亡羊補牢)든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이나 우리를 고치면 좋은 일 아닌가.

망양보뢰는 중국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이다.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가 초 양왕(襄王)에게 사치하고 음탕한 신하들을 멀리하고 국사에 전념하라고 간했다. 그러나 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실망한 장신은 조(趙)나라로 갔는데, 5개월 뒤 진(秦)이 초를 침공하자 양왕은 성양산(城陽山)으로 피신하는 처지가 됐다.

양왕은 그제야 잘못을 깨닫고 사람을 보내 장신을 모셔왔다. 양왕이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고 묻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는 속담부터 인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옛날 탕왕과 무왕은 백 리 땅에서 나라를 일으켰고, 걸왕과 주왕은 천하를 모두 차지했지만 멸망했습니다. 초나라가 비록 작지만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면 수천 리나 되니, 탕왕과 무왕의 백 리 땅과 견줄 바가 아닙니다.”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는 절장보단(絶長補短)은 또 다른 성어이지만, 오늘의 초점은 아니다. 6월 12일자에 쓴 바 있다.

망양보뢰는 위에서 보듯 원래 긍정적인 뜻이었다. 그런데 점차 일을 그르친 뒤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됐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 실마치구(失馬治廐) 실우치구(失牛治廐) 만시지탄(晩時之歎)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서로 통한다. 비가 오고 난 뒤에 우산을 보낸다는 우후송산(雨後送傘)도 그런 차원에서는 비슷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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