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여당 내부는 이른바 ‘험지 출마론’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 험지 출마론은 비박계가 먼저 들고 나온 것인데, 지금은 험지 출마론이 김무성 대표마저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다. 간단히 험지 출마론을 말하자면, 당내의 인지도 높은 인사들은 새누리당 안방에서 출마할 생각을 하지 말고 새누리당 약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정몽준 전 의원이나 김황식 전 총리도 모두 험지에 출마해서 새누리당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기에다 김무성 대표도 부산이 아닌 서울 약세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로나 정치공학적으로 다 맞는 얘기다.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려면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목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비박들은 친박 혹은 진박(眞朴)들의 총선 출마를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 확실한데, 자꾸 전략공천 얘기가 나오니, 이를 험지 출마론으로 막아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김무성 대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김무성 대표는 험지 출마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신더러 서울의 약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주장에 “제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받겠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비박들은 김무성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함과 동시에 서청원 전 대표에게는 용퇴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마냥 부정적인 입장만을 견지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김무성 대표가 극적 모멘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극적 모멘텀이란, 친박이나 진박들이 대구·경북 지역과 같은 곳에 전략 공천이라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려고 할 때, 이를 막기 위해 대표 자신이 ‘험지 출마’라는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벌써부터 험지 출마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험지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개진할수록 극적 효과는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새누리당에서 일고 있는 험지 출마 논쟁과 다선 의원 용퇴론은 그냥 사소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총선 이후 당내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일 뿐 아니라,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괴력이 매우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에 있어서의 주장이나 방안은 표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뒤에는 대부분 다른 뜻이 숨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야당에도 적용된다. 겉으로는 혁신 논쟁으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맞붙는 것 같지만, 실제는 친노와 비노 간의 권력 다툼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역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본인들은 살고 상대는 죽이려고 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책임은 없고, 술수만 난무한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국민들의 정치적 염증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