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주사 '딜레마' vs STX·이랜드 지주사 전환 '무난'
SK의 지주사 선언 이후 추가적으로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집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산, 금호아시아나, CJ 등을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CJ그룹의 소(小)지주사격인 CJ홈쇼핑은 이미 지주사 신고를 했다. 현대그룹도 그룹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주사 요건에 근접한 상태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기업을 지주사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재계순위 50위(2007년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공기업·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내 기업집단 중에서는 한화, STX, 이랜드 등이 지주사 요건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넒혀보면 다우기술, 이지바이오 등도 해당된다.
▲한화, 대생 지분 추가 인수하면 지주사 요건 충족
재계 10위 한화그룹의 경우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한화가 지주사 요건에 근접했다. 한화는 2006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한화석유화학(이하 지분율 38.73%) 대한생명(26.30%) 한화리조트(52.32%) 한화건설(100%) 한화개발(52.32%) 한화기계(100%)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총액의 48%선을 기록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가 대한생명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생명 지분 17%를 가진 일본 오릭스가 한화그룹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했고, 현재 오릭스 측이 주식 매매가격 등과 관련해 지난달 국제중재를 신청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지분 49% 중 16%에 대해서도 콜옵션을 행사해 놓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화의 지주사 요건 충족은 시간 문제로 보여진다. 이와 별도로, 현재 논의중인 생보사 상장 방안에 따라 대한생명이 상장할 경우에도 지분가액이 늘어 지주사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로 규정될 경우 ▲부채비율 200%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20%, 비상장 40% 이상 유지 ▲금융사 지분 소유 금지 등의 조치를 2년(최대 4년)내에 이행해야한다.
한화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금융계열사인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등을 매각해야한다. 또 한화-한화석유화학-한화리조트-한화증권-한화 등 계열사간 지분 순환출자 구도를 정리해야한다.
증권가에서는 한화가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약 9000억원 정도의 자금 부담이 소요되며,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건설의 기업공개(IPO)나 계열사 지분 일부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한생명의 상장 이후 금융지주사를 별도로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작년 9월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등을 통해 '지주사 전환 계획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가 지주사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대한생명 지분 인수시 한화보다는 석유화학 등 계열사가 보다 많이 인수토록 하는 방안이나, 대한생명 지분을 물적분할해 자산을 낮추는 방안 등이 예상되고 있다.
▲STX·이랜드 지주사 전환 '무리 없어'
재계 22위 STX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STX의 지주사 요건 충족이 임박했다. STX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STX조선(35.72%), STX엔진(26.40%), STX에너지(47.49%)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총액(7045억원)의 46%에 이른다.
STX그룹은 현재 강덕수 회장-포스텍-STX-자회사 순으로 수직계열화식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히 STX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율이 지주사 전환시 기준(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을 넘고 있어, 지주사 전환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금융계열사도 없다.
STX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가 아닌 지주사 형태를 갖춰왔기 때문에 요건만 맞는다면 언제나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며 "올해 연말 기준으로 요건이 충족되면 본격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24위 이랜드그룹도 사실상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지주사 요건 충족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은 5400억원선으로 자산(1조3797억원)의 40%에 이르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주력계열사인 이랜드(27.9%)를 비롯해 뉴코아(74.8%) 네티션닷컴(35.0%) 이랜드개발(100%) 이랜드리테일(14.5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도 박성수 회장-이랜드월드-자회사 순으로 지분구도가 형성돼, 이랜드월드가 이랜드 등 일부 자회사 지분 추가 매입만 한다면 지주사 전환시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밖에 중견기업 중에서는 다우기술, 이지바이오 등이 지주사 전환 요건에 근접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다우기술은 키움증권(59%) 인큐브테크(49%) 유니텔네트웍스(69%) 한신평정보(28%)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총액의 44%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지바이오시스템도 도드람비엔에프(25.16%) 도드람비티(82.33%) 오픈베이스(21.13%)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의 40%을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