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쳐다보는 산은...현대상선 자구안 해 넘길듯

입력 2015-12-07 10:20수정 2015-12-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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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는 면했지만 내년 부채율 900%…현대증권 매각불발로 차질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자구계획안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현대상선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시할 카드는 사실상 바닥난 상황이다. 현대증권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내년에 갚아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상선을 두고 매각과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언급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 측의 자구계획안과 정부 측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안 제출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1월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과 현대엘앤알 등의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다. 여기에 현대증권을 담보로 차입금을 늘려 총 4500억원 가량을 확보해 산업은행에 관련 채무를 갚았다. 당장 11월말에 도래하는 유동성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2013년 5조원이었던 현대상선의 순차입금은 올해 9월말 기준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대동소이하다. 부채비율은 780%를 넘어섰고,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부채비율은 9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갚아야하는 차입금은 1조원이 넘고, 당장 내년 초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만 5000억∼6000억원 규모다.

당초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그룹의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100%를 웃돌던 자구계획안은 80%대로 떨어졌고, 새로운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해야할 상황이 빚어졌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에 자구계획안 제출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알아서 빠른 시일 내에 자구안을 스스로 제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우리(산업은행)한테 제출한 자구계획안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도 딱히 재촉하지 않고 있다. 묘수를 찾을 여유와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운업의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정부 차원의 기업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안을 올해 안에 내놓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향후 회사채 조달 문제뿐만 아니라, 당장 용선료도 연체한 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자금 조달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더 큰 틀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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