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먹거리 생겼지만 투자 병행돼야 가능해...장기적으로 시장 악화될 수 있어
내년 상반기 이란 제재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은 오는 2020년까지 214조 규모의 에너지 시설 프로젝트를 발주에 나선다.
이에 해외 건설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 내 국내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장기적으로 저유가 상황이 지속 돼 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가 이달 공식 종료되는대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작업이 내년 1월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란은 오는 2020년까지 약 214조 규모의 건설 관련 메가 프로젝트를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석유수출기구(OPEC) 2위인 이란은 2020년까지 원유생산 능력을 하루 500만배럴(2015년 현재 270만배럴)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향후 5년 동안 200여조원, 연간 40조원 규모의 가스·정유 플랜트 등 에너지 건설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이란 전망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 수주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달 누적 해외건설 수주는 406억달러로 전년 동기(591억달러) 대비 31.13%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유가 국면 지속으로 수주 텃밭으로 불린 ‘중동’ 내 수주는 147억 달러에 불과, 지난해 같은 기간(306억 달러)에 비해 51.96% 급감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은 이란 경제 제재로 철수했던 이란 지역에 지사를 다시 설립하거나 인원을 충원하는 등 시장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반면 일각에서는 214조 규모의 이란 에너지 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국내 건설사의 수주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 제재 기간 동안 중국은 이란과의 유대관계를 쌓아오며 이란 내 가스·정유 시설 프로젝트 수주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게다가 이란은 현재 국가 내 자금이 충분치 않아서 발주를 할 때 투자도 함께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충분한 중국 건설사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은 이란 남서부 지역에 정유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28억4000여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지난 9월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란 석유 시장 보고서 역시 이란이 재정 부족의 영향으로 정부 발주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연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가스 분야는 신규 발주가 불가한 상황이다.
박재영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은 “경제 제재가 해제 될 경우 지연된 프로젝트들이 본격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이넌스’까지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설프로젝트 수주의 관건은 자금조달 여부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외에 이란이 석유 공급을 늘릴 경우 저유가가 지속돼 신규발주 물량이 장기적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지역이 발주 물량 감소는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발생했다”며 “원유매장량 4위인 이란이 공급을 늘릴 경우 저유가는 심화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발주 물량은 현재보다 더 줄어들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